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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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회원비 470만원, 100% 수익 보장합니다.”

月 150만원 내면 '대박 코인' 찍어드릴게~ 텔레그램 숨어든 '코인 리딩방'
‘코인 시황 전문채널’이라고 소개된 텔레그램 채팅방에 22일 들어가자 유료 회원 가입 공지가 먼저 보였다. 공지 밑으로는 암호화폐의 한 종류인 비트코인캐시의 추천 매수·매도 가격이 적혀 있었다. 주식처럼 특정 암호화폐의 매수·매도 타이밍을 알려주는 이른바 ‘리딩’ 행위였다. 채팅방에는 16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업체는 세 등급으로 나눠 유료 회원제를 운영했다. “회원 등급마다 수익률은 10~100%까지 차이가 난다”고 소개했다. 가입비는 3개월 기준 각각 100만원, 170만원, 470만원. 결제는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으로 이뤄졌다.

IP 추적 어려운 텔레그램서 활개

최근 암호화폐 투자자가 늘면서 신원 추적이 까다로운 텔레그램에서도 ‘코인 리딩’ 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세 조종, 가입비 탈취, 허위 정보 제공 등의 행위도 버젓이 이뤄지지만, 암호화폐에 관한 법적 규제가 없어 수사·금융당국은 손놓고 있는 모습이다.

코인 리딩방 업체는 처음에 포털사이트, SNS 등에서 회원을 모집한다. ‘하루 100% 수익을 보장한다’는 과장 광고나 ‘수익 인증 글’ 등을 올린 뒤 텔레그램 주소를 알려준다.

여기에 넘어간 투자자가 채팅방에 참여하면 이들에게 특정 암호화폐의 추천 매수·매도 가격을 주기적으로 알려준다. 처음에는 대부분 무료로 운영한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종목 추천을 더 해 주겠다” “수익 보장되는 종목을 별도로 알려준다”며 유료 회원 가입을 권유하는 곳이 많다.

피해는 주로 유료 회원 가입 과정에서 발생한다. 수익 보장이란 말과 달리 추천 암호화폐가 상장폐지되거나 손실을 입어도 가입비를 환불해주지 않는다. 유료 회원 채팅방을 닫고 잠적하는 곳도 있다. 이럴 때 카카오톡과 달리 텔레그램은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 추적이 까다로워 해당 업체를 찾기 어렵다.

증시 불법 행위가 코인시장선 ‘처벌 불가’

증시의 시세 조종과 비슷한 행위도 버젓이 이뤄진다. 업체가 미리 저가에 매입해 놓은 특정 코인을 추천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소수 유료 회원에게 먼저 해당 코인 매수를 권한 뒤 이후 무료방에 알리는 업체도 있다.

주식 투자자에게 익숙한 ‘펌프앤드덤프(pump and dump)’ 사기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사기방지연구회 부회장)는 “코인 리딩방에도 주식처럼 ‘작전세력’이 있어 시세 조종 행위가 빈번히 이뤄진다”며 “무료방에 있는 투자자는 돈을 내고 투자 정보를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이 나도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암호화폐 리딩 행위는 현행법상 관리, 단속, 처벌 면에서 모두 법 테두리 밖에 있다. 암호화폐 리딩은 일종의 유사투자자문이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금융위원회에 영업신고를 하지 않는다. 금융위 차원에서 암호화폐 리딩 업체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시세 조종, 허위공시를 저질러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이 아니어서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금융위 차원에서 조치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사기죄의 핵심 요건은 기망 행위인데, 투자자가 직접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 만큼 사기죄 적용이 모호하다”며 “암호화폐 리딩 피해는 투자자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