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최이호 대구시 혁신성장정책과장
큰 언덕 위에서 뛸 '좌완 파이어볼러'…인재도시 대구로 가는 길

필자가 대학원 유학 시절 머물렀던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랩센트럴로 불리는 바이오 혁신 클러스터로 유명하다. 화이자, 얀센, 존슨앤드존슨, 암젠, 노바티스 등 주요 바이오 제약사와 연구소, 병원, 창업보육기관, 벤처캐피털, 매사추세츠 주정부의 지원까지 촘촘히 연계돼 있는 이 바이오 기업 창업 및 성장 생태계는 세계 도시들의 부러움과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이 바이오 혁신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형성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이 지역 명문대학들이 배출한 인재 덕분이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터프츠대, 보스턴칼리지, 보스턴대 그리고 학부 최상위 대학인 애머스트칼리지, 주립대인 UMASS 등의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들이 있어 기업과 자본이 모여든다.

그럼에도 랩센트럴은 역내 바이오기업의 고급 인재 수요가 점점 늘어나 상시적인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매사추세츠주의 바이오·제약 분야 고용은 전해에 비해 무려 45%나 증가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매사추세츠는 인디언 말로 ‘큰 언덕’이라는 뜻인데 대구(大邱)의 뜻과 같다. 매사추세츠가 미국의 대표적 인재 도시이듯, 대구도 대한민국의 대표적 교육도시였다. 하지만 대구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매사추세츠와는 달리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수도권 대학과 기업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공직자로서, 그리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온라인 강좌 기업 유다시티가 만든 나노디그리라는 과정이 있다. 단기기술 교육과정으로, 경력 전환이 필요한 재직자에게는 최신 기술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구직자에게는 실용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유다시티는 인재가 필요한 기업에 나노디그리 졸업생을 매칭해주는 역할도 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프로그램은 대구시가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휴스타사업과 매우 비슷하다. 나노디그리가 기업 주도로 이뤄졌다면, 대구의 휴스타사업은 지방정부가 중심이 돼 대학 및 지역 혁신기관들과 협업하는 점이 다르다. 휴스타사업으로 학생들은 실무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고, 기업은 별도 교육 없이 인재를 채용할 수 있어 시작 두 해째 만에 높은 취업률과 기업의 호응으로 지역사회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대구시는 휴스타사업을 대구·경북 지역혁신 플랫폼으로 전환해 대학 교육과 지역산업 혁신의 계기를 마련하려고 한다. 이 플랫폼은 대학의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유도함으로써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재들이 주도하는 지역 산업혁신으로 지방 축소의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목표다.

야구계에 ‘좌완 파이어볼러(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말이 있다. 이를 우리 사회에 적용하면 능력을 갖춘 귀한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구는 지금 큰 언덕(大邱) 위에서 세계를 향해 강속구를 내리꽂는 좌완 파이어볼러를 키우기 위해 지옥불에라도 뛰어들 각오로 뭉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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