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 전력반도체연구센터 연구원들이 SiC 전력반도체 제조용 웨이퍼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반도체연구센터 연구원들이 SiC 전력반도체 제조용 웨이퍼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전력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전기연구원은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소자 최첨단 기술인 ‘트렌치 구조 모스펫’을 개발해 국내 전문 제조업체(예스파워테크닉스)에 2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로 가전기기, 에너지저장장치를 비롯한 전기·전자제품의 필수 부품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교류 전기로 바꿔 모터(전동기)에 공급하는 인버터의 핵심 부품으로도 쓰인다.

SiC 전력반도체 성능은 실리콘 반도체보다 월등하다. 연구원 관계자는 “SiC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10배 높은 전압을 견디고, 섭씨 수백 도 고온에서도 동작하며 전력 소모도 작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은 웨이퍼(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에 좁고 깊은 골(트렌치)을 만들고, 이 골의 벽면을 따라 전류 통로인 채널을 상하 방향으로 배열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평으로 배열했던 채널 구조와 차별화한 것으로 채널이 차지하는 면적을 절약해 전력 소자의 면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방욱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반도체연구센터장은 “트렌치 모스펫 기술은 우리 연구원이 지난 20년간 꾸준히 쌓아온 SiC 소재 및 소자 기술이 집약된 것”이라며 “수년 안에 SiC 시장의 주역이 될 트렌치 모스펫을 국산화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관련 기술 개발로 소수의 선진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SiC 전력반도체 생산량을 증가시켜 공급 부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개발한 원천기술을 포함해 제품 상용화를 위한 각종 측정·분석 기술 등 종합적인 기술 패키지를 SiC 전력반도체 전문업체인 예스파워테크닉스에 기술이전했다. 앞으로 장비 구매부터 양산화 라인 구축까지 전 프로세스를 지원해 수입에 의존했던 SiC 전력반도체 국산화와 대량 생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