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 "차량 통행 허용해야" vs 달성군 "관광지에 차량 통행 안돼"
상생협력 약속에도 달성군 입장 공고해 전망 밝지 않아
[현장in] 달성군·고령군 상생 약속에 우륵교 개통 '주목'
서로 이웃한 대구 달성군과 경북 고령군이 지난 12일 상생협력사업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두 지역 군수와 군의회 의장 등은 관광 연계 인프라 구축,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등 지역발전사업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두 지역이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 온 우륵교 개통 문제가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륵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2012년 대구 달성군 다사읍∼경북 고령군 다산면을 잇는 강정고령보 위에 길이 810m, 왕복 2차로 규모로 만들었다.

고령군은 우륵교 개통에 맞춰 32억원을 들여 진입도로를 만드는 등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

고령군 다산면에서 달성군 다사읍으로 가려면 사문진교를 거쳐 15㎞가량 돌아가야 했지만, 우륵교를 통하면 2㎞ 정도만 가면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성군 주민들은 "우륵교는 정식 다리가 아니고 보 시설 일부여서 원칙적으로 정부가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며 차량 통행을 절대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또 "우륵교 일대는 관광지로 자리 잡아 평소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며 "관광객과 주민이 전동차, 자전거를 타고 많이 이용하는데 이런 곳에 차량을 통행하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령 주민들은 "전국에서 보 위에 만든 다리 중 차량 통행이 가능한 게 5개인데 강정고령보만 차량 통행이 안 되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고령 주민들이 청와대, 국회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우륵교를 대체할 새 다리 건설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17년 초에 고령군과 달성군, 대구시, 경북도 등이 국비를 포함해 예산 1천300억원을 들여 강정고령보 상류 800m 지점에 두 지역을 잇는 광역도로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는 듯했다.

[현장in] 달성군·고령군 상생 약속에 우륵교 개통 '주목'
그러나 그해 8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해당 도로건설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물거품이 됐다.

고령군 주민들은 이듬해 3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강정고령보 차 통행 촉구 진정서를 올리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그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우륵교 차량통행을 전제로 인근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연결다리를 건설하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달성군이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지금까지 답보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부산국토관리청이 두 지역 의견을 듣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두 지자체장이 상생협력을 약속하면서 우륵교 차량 통행과 관련해 모종의 합의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다.

고령군은 우륵교가 뚫리면 대구 진입이 빨라지고 물류비용도 연간 약 300억 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관철해 내야 하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응급환자 발생 시에만 앰뷸런스가 우륵교를 이용할 수 있으나 고령 주민들은 전면적인 차량 개통을 요구하고 있다"며 "진정한 두 지역 상생은 우륵교 개통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달성군이 우륵교 개통 문제만큼은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우륵교 인근 주민 의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이 관광 인프라 훼손, 상권 위축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한 지자체끼리 상생하자는 대의에는 찬성하지만, 우륵교 개통 문제만큼은 타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두 지자체가 뜻을 같이해야만 다음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완전히 반대 입장이다 보니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