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족이 처벌 원치 않더라도 양형 고려에 한계" 항소 기각
도박·술 빠져 가정 파탄 낸 남편 살해한 아내 2심도 10년형
도박과 술에 빠져 생활비를 주지 않은 남편을 살해한 50대 아내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2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6)씨와 검찰이 낸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부양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범행을 저지른 점 등 일부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유족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망한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이상 양형을 고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에는 죽이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과 범행에 쓰인 가위가 매우 위험한 흉기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미필적으로라도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심신미약 주장 역시 술에 취한 것을 넘어 사물을 변별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도박·술 빠져 가정 파탄 낸 남편 살해한 아내 2심도 10년형
A씨는 지난해 8월 7일 저녁 춘천에 있는 남편 B(53)씨의 집에서 B씨가 친구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고 격분해 술상에 있던 주방용 가위로 가슴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한 차례 이혼을 경험한 A씨는 B씨와 재혼했지만, B씨는 결혼 초기부터 도박과 술에 빠져 생활비를 제대로 준 적이 없어 싸우는 일이 잦았다.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키우던 A씨는 집을 나간 B씨에게 생활비를 보내달라고 했으나 연락을 피했고, 생활비도 보내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음식점에서 해고당한 A씨는 B씨를 원망하며 낮술을 마셨고, "죽인다"는 메시지를 보낸 뒤 범행을 저질렀다.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도 "피해자가 도박과 술에 빠져 지냈고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않았으며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해 일부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