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원하면 물건 사라"
암호화폐 내세워 중장년층 유혹
서울시 "취약계층 노린 사기 주의"
“자회사 쇼핑몰에서 현금으로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면 일정 비율을 ‘A코인’으로 드립니다. A코인은 곧 상장하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질 겁니다.”

서울에 사는 60대 김모씨는 최근 B회사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 쇼핑몰에서 파는 물품 대부분이 시중 판매가격보다 비싸지만 B회사는 “A코인을 받아 ‘인생 역전’을 하고 싶다면 우리 쇼핑몰에서 구매하라”고 김씨를 유혹했다. 이런 식으로 존재조차 불명확한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미끼로 다단계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암호화폐 다단계 사기 주의보’를 21일 발령했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 의심 제보가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주로 50~70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암호화폐로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인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B사처럼 암호화폐를 내세워 강매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C회사는 제휴사의 고급 렌터카, 크루즈 여행 등을 이용하거나 신규 회원을 소개하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면서 참여자를 끌어모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규 회원을 많이 모집하면 상위 등급을 부여하고, 실적 수당 등을 암호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다단계 조직이 흔히 사용하는 사기 수법과 비슷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암호화폐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관련 사기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암호화폐는 판례상 금전이나 재화로 보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봐도 사법기관을 통해 구제받기 어렵다. 최한철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수사1반장은 “다양한 이름의 암호화폐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관련 지식이 없는 취약계층을 파고드는 사기가 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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