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겸업하는 게 가능한가요.”

약사들이 자주 모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최근 올라온 질문이다. 고연봉 전문직으로 인식되던 개국 약사들이 코로나19 창궐 이후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김모씨(40)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면서 파트타임 약사를 하나둘 내보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변호사·약사·의사 등 이른바 ‘사자 전문직’이 받는 타격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라고 할 만한 이들도 코로나발(發) 경기 둔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테이블 나눠쓰는 변호사, 약국서 커피 파는 약사

테이블 나눠 쓰는 변호사들

서울 서초동 개업 변호사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기업 법률 자문을 하는 대형 로펌과 달리 일반인의 민·형사 사건을 주로 다룬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일반인이 소송에 부담을 느끼면서 수임 건수 및 수임료가 확 줄었다. 재판이 자주 멈춘 것도 영향을 끼쳤다. 서초동에서 개업한 한 변호사는 “개인 사무실 임차료를 낼 형편이 못 돼 한 방에 3~4개 테이블을 놓고 여러 명의 변호사가 함께 일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서초동에서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다른 변호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0% 가까이 줄었다”며 “월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는 것만 해도 주변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변호사업계는 국내 최대 지방변호사회인 서울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가 2016년 1.69건에서 2019년 1.26건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엔 더 줄었을 것으로 본다.

의사·약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동네 의원의 개원 대비 폐원 비율은 지난해 1분기에만 65.2%에 달했다. 열 곳이 문을 여는 동안 여섯 곳 이상이 간판을 내렸다는 의미다. 최근 5년 만에 최고 수치다. 한 의사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역설적으로 잔병 치레가 줄고, 외출도 감소해 소아과나 이비인후과 의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SNS 콘텐츠 만들고, 과외 뛰고…

이에 따라 사자 전문직들은 소득 창구를 다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엄두를 내지 못했던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하거나,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로 스스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20~30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사이에서 이런 움직임이 뚜렷하다. 2016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최철민 변호사는 온라인으로 법인 등기를 처리해 주는 ‘등기맨’이란 플랫폼을 이달 중순 출시했다. 최 변호사는 “등기를 주력 업무로 하는 변호사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 사이트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혼 사건을 주로 다루는 최유나 변호사는 인스타그램에 의뢰인의 사건을 만화로 풀어낸 ‘인스타툰(인스타그램+웹툰)’을 통해 이름을 알린 경우다. 현재 그를 팔로어하는 사람은 26만 명이 넘는다.

의사·약사도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서울 교대역 부근의 한 약국은 숍인숍(가게 안의 가게) 형태로 매장 안에 건강 기능 신발 브랜드를 최근 입점시켰다. 점포의 남는 공간에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약국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남는 시간에 과외를 뛰는 약사도 늘고 있다. 한 약사는 “약대 입시 과외나 고등학교 화학 과목 교습에 나서는 동료 약사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