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김원웅 멱살' 후손 상벌위…반대 회원들 "김원웅이 광복회 사유화"
광복회 내분 격화…'멱살'회원 징계추진에 '회장사퇴' 집회 맞불
김원웅 광복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멱살을 잡힌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광복회 내분 사태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광복회 개혁모임'과 '광복회 정상화추진본부'는 오는 23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김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 및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광복회 개혁모임 측은 취재진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 회장이 광복회를 사유물로 착각하고, 정관 위반은 물론 인사·예산을 멋대로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복회를 설립목적에 맞게 오직 본연의 역할에만 매진토록 정상화하기로 결의하고 이미 모든 법적조치를 취했으며 물리적인 실력행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복회 개혁모임 및 광복회 정상화추진본부는 김 회장과 현 집행부의 운영방식에 반대하는 광복회원들이 주축이다.

백범 김구 선생의 장손인 김진(72) 광복회 대의원도 개혁모임에 소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집회를 예고한 23일은 김원웅 회장의 멱살을 잡은 광복회원 김임용(69) 씨에 대한 상벌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다.

김 씨 또한 개혁모임 소속으로, 사실상 상벌위 개최에 반발하는 성격의 집회인 셈이다.

이 문제는 국회로까지 번져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임용 씨에 대한 상벌위 개최를 비판하며 김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또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별도 성명을 내고 "민족을 이간시킨 친일파를 청산한다는 광복회가 오히려 편 가르기로 국민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자 광복회는 전국 17개 지부장 명의로 윤 의원을 향해 "할아버지 팔아 얻는 반짝이는 금배지 달고 세비나 꼬박꼬박 잘 챙기시라"며 '막말'에 가까운 성명으로 맞불을 놨다.

광복회의 '집안싸움'은 지난 1월 광복회가 독립운동가 이름을 딴 '최재형상'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수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광복회 지회장 일부가 정관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 준수 등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김 회장에게 보내자 집행부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사태 수습에 나섰는데, 집행부가 간담회 뒤 배포한 '현 지도부 지지' 성명서에 대해 일부에서 허위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오히려 갈등은 확신했다.

광복회의 내홍이 길어지고 점차 도를 넘어서는 후손들 간 다툼으로까지 번지자 독립운동 선열들의 정신을 보존·계승하고 민족정기 선양사업을 한다는 광복회 설립 취지를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1965년 설립된 광복회는 국가유공자단체 관련 현행법에 따라 독립항쟁계열 단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보훈처 산하 공법단체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운영 등에 필요한 보조금을 받는다.

보훈처장 승인 아래 유공자와 유족의 복지나 단체 운영에 도움이 되는 수익 사업 등의 활동도 가능하다.

회원은 모두 독립유공자 유족과 후손들로, 규모가 8천300명에 달한다.

역대 광복회장은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이갑성 초대 회장을 시작으로 독립운동가들이 역임했지만, 김 회장 전임인 박유철 전 국가보훈처장부터 '2세대'로 넘어왔다.

박 전 처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1859.9.30~1925.11.1) 선생의 손자다.

이와 관련, 자신을 광복회 내 '중도파'라고 자처한 한 회원은 "과거에도 회장 선거 때마다 누구를 지지하는지에 따라 저마다 입장이 갈리곤 했다"며 "독립운동가들이 아닌 2세대 후손들이 회장직을 맡으면서부터 이념과 진영논리에 따른 갈등이 격화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