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가 각기 달라…임금채권 3년 vs 손해배상 10년
서울고법서 10년의 소멸시효 적용한 최초 판결 나와
대법 확정시 사내하도급 관련 법률 분쟁 늘어날 듯
법원에서 근로자 파견법 위반으로 ‘불법파견’ 판결을 받으면 사업주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생기고, 정규직이 받았던 임금과 차이나는 부분인 ‘임금 차액’도 소급해서 지급해야 한다. 이때 소급해서 지급해야 할 기간은 과거 3년일까, 10년일까?
불법파견때 지급하는 '임금 차액'…지급 대상 기간은 3년일까 10년일까?

그동안 소송 실무에서는 3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했다. 임금채권으로 본 것이다. 근로자가 못 받은 체불 임금은 소송을 제기한 날부터 3년 전까지의 기간 동안만 소급해서 받을 수 있다. 3년 이전의 체불 임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사용자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나와 있다. 한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에 따라 소멸시효가 10년이다. 임금채권에 비해 훨씬 길다.

하지만 이번에 서울고등법원은 불법파견 사건에서 해당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차액의 지급 기간을 10년으로 판결했다. ‘삼표시멘트 사건’에서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행배상청구권이라고 못 박았다.

삼표시멘트와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김모씨 등 근로자 6명은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020년 6월 9일 춘천지방법원에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소멸시효에 관해 명시적 표현은 없지만, 판결문을 분석해 보면 3년이 적용돼 있다.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에서 소멸시효로 10년을 적용했다. 명시적으로 소멸시효 10년을 적용한 건 고등법원에서는 사실상 최초의 사례라고 노동법 전문가들은 말한다. 앞으로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불법파견 관련 소송 실무가 전부 바뀌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노동법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한국경제신문 좋은일터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강연했던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지금까지 근로자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대부분 이런 주장을 해 오고 있다”며 “불법 파견을 둘러싼 법률 분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뿐만 아니라 간접공정이나 사외하청까지 불법파견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다수 나오면서 불법파견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과 함께 임금 차액을 소급해서 지급해야 하는 기간이 많이 늘어나게 돼 법률 공방은 새로운 국면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종석 전문위원js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