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을 맡긴 후 망가진 코트. 독자제공
세탁을 맡긴 후 망가진 코트. 독자제공
직장인 황모씨(28)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몇 번 입지 않은 트렌치 코트를 드라이클리닝 하려고 비대면 세탁업체 A사에 맡겼는데 전에 없던 얼룩이 묻어 온 것.

황씨는 "중고로 팔기 위해 세탁 전 옷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업체가 자신들의 과실이 아니라고만 주장했다"고 말했다. 손상된 코트에 대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세탁방식 상 오염물질이 묻을 수 없다”며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신청을 통해 해결하라"고 답했다.

직장인 서모씨(29)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결혼 선물로 산 고가의 알파카 코트를 같은 업체에 맡겼는데 옷이 망가져 왔다고 했다. 반질반질했던 코트 겉 면의 하얀 털이 세탁 후 거칠게 일어나 있었다.

서씨는 "앱 내 채팅창으로만 문의를 받아 전화 연결까지 10일이 걸렸다"며 "세탁을 맡기기 전 사진을 보냈는데도 업체 책임이 아니라며 섬유심의위원회에 보내 검증을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포털 사이트와 SNS(소셜미디어)에는 이들처럼 해당 업체에서 세탁을 받고 옷이 망가지거나 오염물질이 묻어왔다는 불만성 후기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채팅창으로 고객 응대를 해 연락이 느리고 세탁에 문제가 생겨도 대부분 고객 탓으로 돌린다는 내용이다.

비대면 세탁서비스는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옷을 문 앞에 내놓기만 하면 업체가 수거해 세탁 뒤 다시 배달해준다. 하지만 최근 일부 업체들이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주문량이 3배 이상 늘어나는 등 예상 수요를 훨씬 웃돌아 제대로 대비를 못 했다"며 "3~5월이 연간 세탁량이 가장 많은 성수기인데 추가 공장 설립에 차질이 생기는 등 여러 내부 문제로 실시간 고객 응대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는 불매 계정까지 생겼다. 한 네티즌은 "150만원짜리 명품 원피스를 잘못 세탁해 다 줄여놓고는 1년 전에 산 옷이라고 50만원만 돌려주겠다고 했다"며 "그 옷을 다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호소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에는 지난 17일 피해자를 모으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2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세탁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2019년 1263건에서 지난해 1842건으로 늘었다. 소보원 관계자는 "세탁서비스는 원래도 소비자 분쟁이 많은 품목 중 하나"라며 "서비스의 특성상 세탁한 옷을 바로 입는 게 아닌 경우 서비스 하자를 즉시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고 업체의 책임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아 분쟁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