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이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이를 본 전문가들은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오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피글렛과 벌레 그리고 김태현 - 살인자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부제로 김태현에 대해 추적했다.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김태현은 지난 9일 신상이 공개된 후 포토라인에 섰다. 김태현은 "일단 제가 기자님들 질문 일일이 다 답변 못 드릴 거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바란다"고 밝혔다.

'유족들에게 전할 말 없냐'는 질문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 쉬고 있는 것도 죄책감이 많이 든다. 저로 인해 피해 입은 모든 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그는 포토라인에서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김태현의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어느 누구도 아닌 기자들에 양해를 먼저 구한다는 것은 난 내가 준비한 것만 답하겠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검찰에 송치되는데 형사한테 팔 놔달라는 사람은 처음이다. 제삼자가 어떤 사람을 보고 관찰하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듯 한다. 죄인의 모습을 연기하며 주목 받는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낸 김태현의 의도에 대해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은 강한데 이 사건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또 오히려 무릎을 꿇거나 마스크를 벗으니 기자들이 당황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역시 난 멋있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장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범죄자들 같은 경우에는 범죄를 통해서 본인의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고 전했다. 더불어 "오히려 이런 범죄를 저지름으로 인해 평소에는 나한테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이렇게 나에게 카메라를 가져다 대면서 관심을 기울이고 굉장히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오후 5시30분께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큰딸 A 씨(25) 집에 택배 기사를 가장해 침입한 뒤 혼자 있던 작은 딸과 5시간 뒤 집에 들어온 어머니를 연이어 살해했다. 그는 약 한 시간 뒤 마지막으로 귀가한 A 씨마저 살해했다.

김태현은 사건 당일 피해자 자택에 침입하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급소'를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태현은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사흘간 범행 현장에 머무르며 시신을 옆에 두고 밥과 술을 먹는 등 엽기적 행각을 벌였다. 또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목과 팔목, 배 등에 흉기로 수차례 자해를 시도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