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 대표 등도 무죄…"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입증 부족"

식품업체에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경무관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일부 경찰 간부에게는 벌금형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정일 부장판사)는 15일 배봉길(59·경무관) 전 충북경찰청 1부장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발언 당시 내용을 보고 라인을 통해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 전 부장은 식품업체에 대한 수사 내용을 누설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기소됐다.

경찰대 후배인 A 경정으로부터 수사 관련 보고서를 문자메시지로 전달받아 식품업체 관계자에게 보여준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울산경찰청 소속 B 경무관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나중에 직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2020년 1월 30일을 기준으로 A 경정의 직무 범위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성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A 경정이 직무상 취득한 점이 인정돼야 B 경무관 혐의도 인정된다"며 무죄 취지를 설명했다.

A 경정은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자신에 대한 수사를 배제할 목적으로 녹음 파일을 받아 하급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며 "죄질이 좋지 않고,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업상 비난 가능성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녹음파일은 식품업체 대표와 브로커 역할을 한 하청업체 대표 간 통화 녹음 90여개 중 2개다.

A 경정은 지난해 경감으로 강등됐다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승소해 지난달 경정으로 복직했다.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C 경위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경찰 공무원이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며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직무상 알게 된 제보자 진술서를 공동피고인에게 줘 제보자 신분을 노출했다"며 "수사의 공정성을 훼손해 범행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식품업체 대표와 하청업체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각각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교사,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는 이익의 약속 입증이 부족하다"며 "개인정보를 취득한 수단과 방법에서는 정당하지 않지만, 이 법 위반이 성립되려면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이 역시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기밀 유출 경무관들 무죄…하급자들은 벌금·징역형 집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