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째 시즌…농염한 재즈 속 관능적인 안무로 배우들 열연

유혹과 살인. 뮤지컬 '시카고'는 위험하고 긴장감 넘치는 소재에 관능적인 매력을 입힌다.

농염한 재즈 선율 속 배우들의 아찔한 몸짓은 관객들을 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어두운 뒷골목에 있는 클럽으로 초대한다.

21년간 한결같이 매혹적인 흑백 무대…뮤지컬 '시카고'

2000년 초연을 올린 '시카고'의 국내 공연은 올해로 15번째 시즌을 맞았다.

3차례 내한공연을 포함해 21년간 매 시즌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다.

브로드웨이에서도 1996년부터 공연을 이어가며 역사상 가장 롱런하고 있는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시카고' 무대에는 배우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대는 단출하다.

무대 위에는 나이트클럽의 밴드를 재현한 것처럼 재즈 선율을 만들어내는 15인조 오케스트라뿐이다.

공연을 통틀어 눈에 띄는 소품이라고는 앙상블이 들고나오는 흰 대형 깃털 부채뿐, 조명 역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간소한 무대는 배우들을 더 돋보이게 만든다.

'시카고'처럼 배우들이 관능적인 매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품은 흔치 않다.

브로드웨이의 전설적 안무가 밥 파시가 만들어낸 안무는 감각적이고, 농염하다.

세련된 안무는 배우의 몸짓과 호흡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전한다.

배우들의 의상은 검은색으로 우아하고 섹시한 매력을 뽐낸다.

색감이 배제된 무대는 마치 클래식한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다만 일부 앙상블의 파격적인 의상은 주연 배우들과는 노출 수위에 차이가 있어 관객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여지가 있다.

21년간 한결같이 매혹적인 흑백 무대…뮤지컬 '시카고'

사회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작품에는 위트와 풍자가 가득하다.

살인과 탐욕, 부패와 폭력, 간통과 배신이 난무한 미국의 격변기를 관능적이고 유쾌하게 그린다.

선정적인 사건을 쫓는 언론과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일말의 죄의식도 없다.

극은 바람난 동생과 남편을 살해한 보드빌(통속적인 희극과 노래, 춤을 섞은 쇼) 배우 '벨마 켈리'와 불륜남을 살해한 코러스 걸 '록시 하트'가 이끈다.

이들에게는 감옥에서 나가는 것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더 중요하다.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벨마와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더 자극적인 이야기로 주목받으려는 록시는 아이러니하게 현실을 비꼰다.

최근에는 여자 배우들이 중심이 돼 극을 이끄는 작품이 늘고 있지만, 초연 당시만 해도 여자 주인공이 전면에 나서는 대극장 공연은 드물었다.

그래서인지 '시카고'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모든 시즌에 참여한 최정원부터 아이돌에서 뮤지컬 배우로 첫걸음을 뗀 소녀시대 출신의 티파니 영까지 여자 배우들이 가장 서고 싶은 꿈의 무대로 꼽힌다.

최고의 디바란 칭호가 따라붙는 가수 인순이와 뮤지컬 최정상 배우로 꼽히는 옥주현 등이 출연했고, 음악감독인 박칼린도 배우로서 무대를 거쳐 갔다.

21년간 한결같이 매혹적인 흑백 무대…뮤지컬 '시카고'

이번 시즌은 최정원과 윤공주(벨마 켈리 역),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록시 하트 역)가 무대에 선다.

특히 최정원과 아이비는 여러 차례 함께 무대에 선 만큼 관록과 여유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록시에서 벨마로 캐릭터를 바꾼 윤공주와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티파니 영과 민경아도 기대를 모은다.

벨마와 록시만큼이나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역은 '빌리 플린'이다.

이번 시즌에는 '능글능글'하다는 표현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두 배우 박건형과 최재림이 캐스팅되면서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두 사람은 능청스럽고 뻔뻔한 연기로 극에 재미를 불어 넣는다.

빌리가 복화술로 노래를 부르고 록시가 꼭두각시처럼 춤을 추는 장면은 관객들의 박수를 절로 끌어낸다.

공연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7월 18일까지. 관람료 6만∼14만원. 14세 이상 관람가.

21년간 한결같이 매혹적인 흑백 무대…뮤지컬 '시카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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