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퍼포먼스로 느끼는 피아노 선율…창작뮤지컬 '포미니츠'

실화 바탕 동명의 독일영화 원작…뮤지컬 배우 양준모 기획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강렬한 캐릭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창작 뮤지컬 '포미니츠'는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거트루드 크뤼거라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독일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깊은 여운을 남겼던 영화를 창작 무대만의 매력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작품의 저작권 협의부터 공연 전반을 기획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몽타주컬처앤스테이지 예술감독)는 13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창작진과 배우들의 도움으로 '포미니츠'가 탄생했다.

고맙고 감격스럽다"며 초연을 올린 소감을 전했다.

뮤지컬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 루카우 교도소를 배경으로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지만, 살인수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와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크뤼거'가 중심인물이다.

양준모는 "영화를 보고 가장 감명받은 부분이 인물마다 지닌 스토리와 마지막 4분의 강렬한 연주였다"라며 "영화는 클로즈업 등 (편집이 있어)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 쉽고 편한데, 저희는 대사와 노래로 장면들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래가 드라마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마지막 피아노 연주는 무대에서 실현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음악팀과 배우들이 잘 해줘서 완성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배우들은 공연을 올리기까지 고생이 많았다.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제니, 뮈체, 한나 역의 배우들은 공연 6개월 전부터 피아노 연습을 했다.

박재현 음악감독은 "연습하면서 화도 내고 혼내기도 했다.

배우들이 울고 웃으며 열심히 준비한 귀한 작품"이라고 연습 과정을 전했다.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인 피아노는 무대의 정중앙 회전무대에 놓여, 빙글빙글 돌아가며 시공간을 나누기도 하고, 인물들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극의 흐름에 따라 무대 한쪽에 자리 잡은 피아니스트 조재철·오은철과 배우들이 선보이는 연주를 감상하는 것도 공연의 또 다른 매력이다.

맹성연 작곡가는 "개인적으로 도전이었던 작품"이라며 "뮤지컬 작곡가로서의 색깔과 클래식 음악, 영화 음악을 함께 어우르도록 하는 데 고민이 컸다.

관객들이 어떻게 느꼈을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특히 제니는 공연의 마지막 피아니스트와 함께 전율의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다.

강렬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장면이다.

4분간의 연주는 굴곡진 삶의 처절함과 이를 벗어나고자 하는 제니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제니 역을 맡은 김수아는 "하필 피아노 천재를 만나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다"며 "아직도 무대 위에서 피아노를 쳤다는 걸 믿을 수가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역할의 김환희 역시 "피아노 연주는 큰 도전이었다"며 "마지막 연주는 세상에 바치는 연주기도 하지만, 세상에 제니가 마지막으로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포미니츠'는 음악만큼이나 강렬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울림을 준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자신을 격리한 제니와 평생을 과거에 갇혀 살아온 크뤼거는 서로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제니에게 살아갈 희망을 전하는 크뤼거 역의 김선영과 김선경 배우는 관객들에게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며 "살아가야 할 이유는 큰 게 아니다.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양준모는 "작품에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인물들의 감정들이 있다.

관객들이 이들을 통해서 위로받을 수 있는 극이 됐으면 했다"며 "어떤 분은 제니에게, 어떤 분은 크뤼거에게, 어떤 분은 뮈체에게, 관객마다 와닿는 인물이 다를 것 같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이 인물들의 감정을 가져갈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5월 23일까지. 공연시간 110분. 전석 7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