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세월호 사건 등 17건 피해자·지원단체 증언회
사회적 참사 피해자·유족들 "시간 흘러도 고통은 여전"

대구 지하철 참사(2003), 용산 참사(2009), 가습기살균제 참사(2011), 세월호 참사(2014),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2016),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2017)….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두고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재난·참사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모였다.

이들은 피해 당사자나 유족, 지원단체가 작성한 참사 17건에 관한 236쪽짜리 증언집을 펴냈다.

사회적 참사부터 '안전하지 않은 노동'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산재 사건까지 나열한 증언집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트라우마와 고통이 담겼다.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사무국장은 "살아남은 게 죄스럽다고 한 망루 농성 생존 철거민이 2019년 목숨을 끊었고, 출소 후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고립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유가족들은 이전의 삶이 파괴된 채 각자 삶으로 흩어지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 윤경희 씨는 "집보다 거리에서 보낸 날이 더 많은 가족의 건강은 망가졌고 사회적 관계가 거의 끊어졌다"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지만 사회는 '피해자다움'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참사 피해자·유족들 "시간 흘러도 고통은 여전"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현재형' 참사도 있다.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선박 사고 보고서는 통상 1년 안에 마무리되는데 정부는 4년이 지나도록 조사나 추가 심해수색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한 유가족은 '실종자 가족이 아니라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집배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공론화해온 전국민주우체국본부나 2019년 인천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교통사고 사망사건 유가족 등 관계 당국의 지원 없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언론의 보도 행태에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백혈병 등 삼성 반도체 직업병 사망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삼성 보도자료 베끼기에 급급한 보도도 많았고, 노동자 측에 유리한 것은 보도가 축소되는 등 삼성의 언론통제가 있었다"며 "언로가 막히니 진실을 알리고 올바른 해결책을 마련할 유일한 희망은 농성밖에 없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올해 초 산업계의 반발 속에 원안과 다르게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 과제로 꼽았다.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유족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요구한 중대재해법에는 건설현장 발주처가 노동안전·보건에 책임이 있는 원청으로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민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부실한 감독, 불법 인허가로 인해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발생했다면 관련 공무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에 보완돼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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