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전문가용으로 수출허용하면 해외당국이 자가검사용으로 활용
국내 정식 품목허가 신청한 곳은 한 곳도 없어

긴급사용제도도 지난 2월에 종료
식약처, 임상시험 조건으로 자가검사키트 허가 예정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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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 국내 사용승인을 촉구하면서 국내에 허가받은 제품이 하나도 없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오 시장은 "찬반 의견이 있으니 식약처 승인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식약처는 업체의 신청이 들어와야 품목허가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아직 국내 진단키트 기업 중 식약처에 정식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한 곳은 한군데도 없다.

◇ 해외 사용승인과 국내 사용 여부는 '별개'…정식허가 필수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용으로 허가받은 피씨엘, 휴마시스 등의 진단키트를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국내에서 자가진단용으로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이 사용할 수 없다.

해외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건 식약처가 수출을 허용한 의료진용 제품을 해외 일부 보건당국에서 자가검사용으로도 쓰도록 자체적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현재 식약처가 자가검사 키트로 수출할 수 있게 승인한 제품도 0개다.

수출용 허가는 수출을 목적으로 제조하는 제품에 대한 것으로, 국내 시판 허가와는 다르다.

실제 수출을 위해서는 수출하고자 하는 각 국가에서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진단키트 업계에 따르면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임상 검체 데이터양이 국내 시판 허가에서 요구하는 양보다 적어 수출 허가의 장벽이 더 낮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국산 신속항원·항체 진단키트가 국내 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도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 긴급사용제도 올해 2월 종료…조건부 허가로 대체되나

식약처는 국내 자가검사 키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정식 허가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국내 허가 없이도 제품을 한시적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제도인 '긴급사용' 제도를 운영했지만, 이후 정식허가 제품이 늘어나면서 올해 2월 이 제도를 종료했다.

전날 식약처는 자가검사 키트가 개발될 때까지는 국내에서 전문가용으로 허가받고 해외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제품을 국내 임상자료 제출을 조건부로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 여전한 정확도 논란…'음성' 판정받은 확진자, 방역에 구멍 내나?

의료계 안팎에서는 자가검사를 도입하면 표준 검사법인 비인두도말 PCR(유전자증폭) 방식과 비교해 감염자를 놓칠 확률이 높아져 방역에 구멍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가진단 키트로 활용되는 신속항원검사는 의료진 검사 시에도 코로나19 감염자를 '가짜 음성'(위음성)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코로나19 검체 80개(양성 380개, 음성 300개)로 신속항원검사의 진단 능력을 분석한 결과 민감도는 29%, 특이도는 100%였다.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공개된 서울대병원 연구에서도 입원 전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17.5%, 특이도는 100%였다.

대개 진단검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양성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하는 '민감도'와 비감염자인 음성 환자를 음성으로 진단하는 '특이도'로 정확도를 평가한다.

민감도가 낮으면 코로나19 감염자가 음성으로 진단될 수 있다.

게다가 일반인이 스스로 코나 입 안에 면봉을 넣어 검체를 채취하면 진단의 정확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자가진단검사 오류로 음성을 확인할 경우, 이 환자는 증상을 가벼운 감기나 몸살로 생각해 지역사회 활동을 지속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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