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납세 표창' 기업가, 거액 해외계좌 미신고 벌금형
과거 모범 납세자로 선정돼 국세청에서 표창장을 받았던 기업인이 해외 계좌에 100억원대 예금을 보유하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거액의 벌금형을 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난감 회사 박모(74·남) 대표에게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박 대표는 2015∼2017년 홍콩 은행에 개설한 여러 계좌에 100억원대 잔액을 보유하고도 세무서에 해외 금융계좌 정보를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작년 12월 기소됐다.

그의 해외 계좌 잔액은 시기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대 161억여원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조세조정법에 따르면 해외 금융사에 개설된 계좌를 보유한 경우 매달 말일 중 어느 하루의 해외 보유 계좌 잔액이 10억원을 넘으면 신원과 계좌번호, 금융사 이름, 잔액 등을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박 대표는 과거 모범 납세자로 선정돼 2005년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고 2008년에도 서울 강남구청장으로부터 모범 납세자상을 받았다.

그는 재판에서 해외에 설립한 공장 1개만으로 주문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개인 회사를 설립해 주문을 나눠 받았고, 이렇게 받은 주문에서 나온 수익금을 해외 계좌에 예치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서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해외 매출액 상당 부분을 은닉했거나 페이퍼컴퍼니 해외 매출액을 개인 명의 해외 계좌에 예치해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으로서는 이 부분(해외 계좌 잔액)을 반영해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했어야 하는데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예금액에 대한 종합소득세에 해당하는 국세 수입을 놓쳤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예금액을 국내로 들여오면 발생할 각종 조세 부담을 의식해 예금액을 해외 금융 계좌에 오래 남겨둔 채 2011년께 해외 금융계좌 신고 제도가 도입됐는데도 의무를 저버렸다"며 "법 규정을 몰랐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