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유기 혐의만 인정…경찰, 국과수 소견 등으로 범행경위 추궁
익산 미륵산 70대女 살해 용의자 여러 정황증거에도 혐의 부인
알고 지내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전북 익산시 미륵산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70대가 여러 정황 증거에도 살해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범행 경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9일 익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B(73)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A(72)씨를 체포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견 결과 B씨는 '외상성 쇼크'로 인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B씨 몸 전체에 피멍이 발견된 점을 미뤄볼 때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B씨가 A씨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시점을 지난 2∼6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B씨와 함께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들어간 A씨는 나흘 뒤 B씨의 시신을 끌어 차량으로 옮기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담겼기 때문이다.

이 사이 B씨가 A씨 집에서 나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A씨만 B씨가 입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가지를 아파트 헌 옷 수거함에 버리는 장면이 찍혔다.

시신을 차량으로 옮긴 A씨는 지리에 익숙한 익산시 미륵산으로 이동했고, 송전탑 헬기 착륙장 인근에 유기한 뒤 낙엽으로 덮은 것으로 추정된다.

익산 미륵산 70대女 살해 용의자 여러 정황증거에도 혐의 부인
A씨는 이처럼 B씨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여러가지 정황 증거에도는 여전히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시신을 내다 버렸다"고 유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고 일어나보니 갑자기 사망해 있었다"며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중학교 동창 관계인 B씨를 집으로 데려온 이유에 대해서는 "기도해주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신을 목사라고 주장하며 자택 현관에 정통 교단이 적힌 교회 이름과 팻말 등을 붙여뒀다.

베란다에는 LED등을 이용해 십자가를 설치해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익산시가 해당 교단에 확인한 결과 A씨는 목사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집한 증거 등을 토대로 A씨의 진술이 거짓에 가깝다고 보고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범행 경위, 동기 등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며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2시 11분께 한 등산객은 익산시 낭산면 미륵산 송전탑 헬기 착륙장 인근에서 낙엽에 덮인 B씨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등을 토대로 A씨를 살해 용의자로 특정하고 7일 0시 42분께 자택에서 긴급 체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