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오는 7월 31일부터 휴대폰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 회사가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때가 1995년이니까, 사업 철수는 26년 만이네요. 26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명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팬택이라는 휴대폰 제조회사를 기억하시나요? 한때 삼성, LG와 경쟁했던 회사입니다. 그러나 팬택은 삼성과 LG의 ‘슈퍼파워’를 견디지 못하고 2015년 매각되고 말았습니다. 1991년 설립된 지 24년 만이었지요. LG폰이 지금 그 뒤를 따르고 있으니 LG폰 가족들의 기분이 어떨까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철수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위 기사와도 관련돼 있는데요, 우리는 두 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는 대기업이라고 다 잘나가는 건 아니라는 점이죠.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대기업도 시장에선 한가롭게 지낼 수 없습니다. 대기업도 졸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지요. LG폰을 퇴출시킨 것은 누구일까요? 바로 소비자인 여러분입니다. 아무리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고 해도 소비자인 여러분이 구매해주지 않으면 생명을 이어갈 방법이 없습니다. LG폰의 퇴출은 여러분이 구매해주지 않은 결과이지요. 삼성과 애플이 건재한 이유는? 맞습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기 때문인 것이죠. 삼성과 애플은 가능한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킨 대가로 건재하다는 말이죠. 삼성과 애플은 자국 소비자를 넘어 글로벌 소비자들을 만족시킨 결과 초대형 기업이 된 것입니다.

위 기사로 돌아가 봅시다. 기사의 주제는 ‘글로벌 500대 기업’ 수에서 중국과 일본 기업이 늘었고, 한국은 줄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다른 대기업이 한국 대기업들을 밀어냈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에 누군가 등장해서 더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켰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매출 기준으로 500대 기업을 뽑았다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이 쓴 지출액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과 같습니다. 누군가의 지출은 누군가의 수입이니까요. 글로벌 시장도 국내 시장과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자는 악어떼처럼 우글거리죠.

둘째 포인트는 대기업이 많을수록 좋다는 겁니다. 대기업이 많은 나라일수록 잘삽니다. 대기업은 많은 중소기업을 필요로 합니다. 분업화 때문이죠. 후방효과라고도 합니다.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소득수준도 좋습니다. 바로 아래 기사를 보세요. 아마존이 일자리를 엄청나게 만들었다는 기사입니다. 대만이라는 나라에는 중소기업이 많은데, 대기업이 없어서 늘 고민합니다. 글로벌 500대 기업 수에서 한국 기업이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 찜찜합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