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 미토콘드리아 제거하는 '파킨 단백질' 활성화 경로 확인
암·2형 당뇨병도 연결 고리…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파킨슨병·암·2형 당뇨 공통점? 모두 미토콘드리아에 문제 있다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학적 경보가 발령돼 '세포 발전소' 미토콘드리아를 지키는 일련의 생리 현상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앞장서 미토콘드리아의 건강을 보호하는 게 파킨(Parkin) 단백질이다.

손 떨림, 경직, 불안정한 자세 등 운동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파킨슨병에는 산발형과 가족형(familial Parkinson's disease) 두 종류가 있는데 가족형은 파킨 단백질의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파킨 단백질이 세포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마스터 센서'와 곧바로 연결돼 있다는 걸 미국 소크 연구소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분자 경로가 암이나 2형 당뇨병의 발생 과정에도 관여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가 이들 3가지 질병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소크 암 센터의 루벤 쇼 교수 연구팀은 7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센터의 소장인 쇼 교수는 이번 연구 논문의 수석저자도 맡았다.

파킨슨병·암·2형 당뇨 공통점? 모두 미토콘드리아에 문제 있다
파킨 단백질의 주 기능은 세포 스트레스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보충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토콘드리아가 대체되는 과정을 '미토파지'(mitophagy)라고 한다.

가족형 파킨슨병 환자는 파킨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미토파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파킨 단백질이 어떻게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감지하는지 알지 못했다.

파킨 단백질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해서 도착할 때까지 어떤 신호가 전달되는 건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암과 물질대사 연구로 유명한 쇼 교수팀은 10여 년 전 AMPK라는 효소가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세포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발견했다.

AMPK는 ULK 1이라는 효소를 자극해 세포의 '오토파지'(autophagy·자가포식)를 제어했다.

오토파지는 세포가 노폐물을 제거하면서 일부 재활용하는 과정을 말한다.

연구팀은 ULK 1이 직접 활성화하는 오토파지 관련 단백질을 찾기 위해, 적합 가능성이 10% 내외인 50여 종을 집중적으로 검사했다.

이렇게 걸러낸 최종 후보 목록의 꼭대기를 차지한 게 바로 파킨 단백질이다.

미토파지 같이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이 AMPK·ULK 1·파킨 3개 단백질의 연쇄반응으로 촉발된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인체의 생화학 경로는 반응 요소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게 보통이다.

많을 땐 내재 요소의 연쇄반응이 50번 넘게 일어나기도 한다.

연구팀은 질량 분석과 생화학 검사 등을 거쳐 파킨 단백질의 초기 활성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하는 가설을 완성했다.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됐다는 신호가 들어오면 '가서 살펴보고 기능 회복이 불가능한 건 파괴하라'는 신호가 AMPK로부터 ULK 1을 거쳐 파킨 단백질에 전달된다는 게 핵심이다.

파킨슨병·암·2형 당뇨 공통점? 모두 미토콘드리아에 문제 있다

이 발견은 여러 가지 질병 치료에 적용될 여지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세포 대사의 핵심 센서인 AMPK는 LKB 1이라는 암 억제 단백질에 의해 활성화한다.

2형 당뇨병에 처방되는 경구용 혈당 강하제 메트포르민(metformin)도 AMPK의 활성화를 자극한다.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환자의 암과 노화 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다수의 연구에서 보고됐다.

종합하면, 파킨슨병과 암과 2형 당뇨병이 모두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제대로 대체되지 않는 데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쇼 교수는 "내가 깨달은 사실은, 미토콘드리아 건강의 변화와 대사 작용이 암, 당뇨병, 신경 퇴행 질환에서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면서 "인체 세포의 건강을 지지하는 일반적 메커니즘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이 통합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