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노숙생활에 주민등록도 말소…경찰 도움으로 소재 파악

"형이 죽었으면 어떻게 죽은 건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었는데 살아있었다니…."
1999년 실종됐던 친형을 경찰이 찾아내 22년 만에 형제의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다.

8일 경기 남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1999년 10월 권모(62)씨는 '배를 타고 중국을 오가면서 보따리상을 하겠다'며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

권씨의 동생(60)은 한참이나 집에 돌아오지 않는 형을 기다리다 인천항 연안부두를 찾아가 수소문했으나 형을 찾기는커녕 생사도 확인할 수 없었다.

형의 소식이 전혀 없는 채로 이십 년 넘게 시간이 흐르자 동생은 형이 사망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움만 쌓아가던 동생 권씨는 지난달 마지막으로 형을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처음에는 형이 혹시 중국에 있을까 하는 마음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문의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어 집 근처 경찰서의 문을 두드렸다.

경찰이 추적한 결과 형이 바로 얼마 전에 수원의 한 고시원에 거처를 마련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원지역의 노숙인지원센터가 오래 노숙을 하던 형 권씨에게 고시원 방을 얻어주면서 형의 소재지가 처음으로 파악이 된 것이었다.

이전까지 그는 공원 벤치나 화장실 등에서 잠을 자는 노숙 생활을 하거나 노숙인 쉼터에서 지내면서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상태였다.

휴대전화도 이때 생애 처음으로 개통해 전화를 받는 방법조차 모를 정도로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센터 측은 형에게 박스 접기 아르바이트를 통해 월 30만원가량을 벌 수 있도록 주선해줬다고 한다.

"죽은 줄 알았던 형이 살아 있었다니" 22년 만에 상봉한 형제
지난 6일 경찰서에서 22년 만에 상봉한 권씨 형제는 눈시울을 붉혔다.

마스크를 쓴 채로 만났지만, 형은 바로 동생의 귀 모양을 기억해내는 등 형제는 서로를 한눈에 알아봤다.

동생 권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체념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더 몸이 아파지기 전에 형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었다"면서 "형이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믿기질 않았고, 처음 얼굴을 봤을 때도 얼떨떨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형에게 왜 집에 안 왔냐고 물으니 형이 아무 말도 못 했다"며 "같이 저녁 식사를 하러 가서야 서로 그간의 얘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형은 가족의 연락처가 적힌 수첩을 잃어버린데다 아버지와의 갈등, 자신의 처지 등에 대한 걱정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동생이 찾고 있다는 말에 형은 울음을 터뜨렸었다"면서 "그동안 떳떳하지 못해 가족 앞에 나타나지 못했는데 동생이 찾게 해줘 고맙다고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