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실태조사…응답자 41% "극단적 선택도 생각해봤다"
가구방문 노동자 4명 중 1명 "고객에 폭행·성희롱 경험"
통신장비 설치·수리, 가스점검, 수도계량기 검침 등 가정을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노동자들 4명 중 1명은 고객으로부터 신체적 폭행이나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국가인권위가 공개한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 노동자들은 고객의 사적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노동 속성과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고용 형태로 이런 부당대우에 노출돼 건강권과 안전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고객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 있다는 응답은 74.2%나 차지했다.

유형별로 보면 '괴롭힘 목적의 늦은 전화'가 48.8%(중복응답 가능)로 가장 많았고, '밤늦은 시간에 업무수행 요구' 47.2%, '사업주 또는 직장에 부당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43.4%, '육아·가사 요구' 17.8% 등으로 집계됐다.

또 응답자의 25.9%는 고객으로부터 신체적 폭력을, 22.1%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7.0%는 무기를 사용한 위협을, 2.0%는 성폭행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 1년간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다친 적이 있는 사람들은 48.0%로,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방문 노동자들이 최근 1년간 업무상 산업재해에 노출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감정노동 경험을 평가도구 '한국판 감정노동척도'(K-ELS)를 활용해 측정한 결과 '정상'을 벗어난 '위험' 수치를 나타냈으며, 22.4%는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41%가량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했으며, 최근 1년간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20.3%를 차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에서 조사 참여자 22.1%는 수입 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55.9%는 고객에게서 혐오나 불쾌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응답자 약 91%는 '코로나19 감염위험을 느낀다'고 했지만, '대리점 등 회사 측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점검하고 있다'는 응답은 38%가량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인권위의 연구용역을 받아 지난해 6∼7월 통신설치·수리기사, 가스안전 점검원, 수도계량기 검침원, 재가요양보호사, 방문간호사, 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사, 통합사례관리사 등 7개 직종 노동자 796명을 상대로 온·오프라인으로 설문을 통해 나온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9일 오후 2시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참석 인원이 제한되며, 등록은 이날까지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가구방문 노동자 4명 중 1명 "고객에 폭행·성희롱 경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