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번 주가 골든타임…거리두기·방역 조치 다시 강화해야"
전 세계적 백신 수급 불안에, AZ 백신 안전성 논란…국내서도 접종 일부 보류
'갈 길 바쁜데' 확진자는 늘고 백신은 꼬이고…정부, 대책 고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질 조짐을 보이면서 갈 길 바쁜 방역 대응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한동안 300∼400명대를 오르내리며 정체 양상을 보였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600명대에 이어 700명대까지 치솟으며 '봄철 대유행'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와의 긴 싸움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줄 백신 접종도 부분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붙으면서 당장 8∼9일 접종을 시작하려던 학교·돌봄 인력 등의 접종이 연기되거나 잠정적으로 보류된 상황이다.

◇ 신규 확진, 어느새 700명대…올해 1월 초 이후 91일 만에 최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00명이다.

신규 확진자 수는 올해 1월 7일(869명) 이후 91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루 확진자가 700명대를 나타낸 것은 국내 '3차 대유행'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한 올해 1월 5일(714명) 이후 약 석 달만, 정확히는 93일 만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557명→543명→543명→473명→478명→668명→700명 등으로, 하루 평균 566.0명꼴로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이자 지역사회 내 유행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543.3명꼴로,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기준을 웃돌고 있다.

'갈 길 바쁜데' 확진자는 늘고 백신은 꼬이고…정부, 대책 고심
방역지표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지 못하는 환자는 지난해 12월 초 이후 연일 20%대를 나타내고 있고, 확진자 1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감염 재생산지수'는 전 권역에서 1을 넘은 상태다.

지역사회 내 드러나지 않은 '숨은 감염자'가 상당한 데다 가족·지인 모임, 직장, 학원, 유흥시설 등 다양한 일상적 공간을 고리로 연쇄 전파가 이뤄져 확산세 차단도 쉽지 않은 양상이다.

이에 기존보다 더 큰 규모의 '4차 유행'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 역시 "전국 각지에서 감염이 확산하고 있어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곳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이라며 "4차 유행이 본격화하는 가능성이 차츰 커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유행 파도를 겪지 않으려면 추가적인 방역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오는 11일까지로 예정된 현행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단계를 격상하고 방역 고삐를 다시 조여 '4차 유행'이 본격화하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주가 '골든 타임'"이라며 "지금이라도, 조금이라도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고 방역 조치를 완화한 부분도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 수급 불안 속 AZ 백신 또 논란…2분기 접종계획 차질 가능성도
그러나 일상 회복을 위한 '게임 체인저'가 되어줄 백신 접종 또한 난항을 겪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국가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수출 물량까지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계약한 물량조차 '여유롭게'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금 대두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는 전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특이 혈전증과 관련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매우 드문 부작용 사례에 추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백신 접종 및 면역 공동위원회(JCVI)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뇌 혈전'이라는 매우 드문 부작용이 나왔다고 밝히며 30세 미만의 경우, 가능하다면 다른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갈 길 바쁜데' 확진자는 늘고 백신은 꼬이고…정부, 대책 고심
이미 유럽 각국에서는 접종 연령이나 대상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60세 이상에 대해서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벨기에 정부는 한시적으로 56세 이상에게만 접종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 역시 60세 이상에만 접종을 권했다.

안전성 우려로 인해 우리 정부도 접종 계획 및 일정 일부를 변경한 상태다.

당장 8∼9일 시작될 예정이던 특수학교 종사자 등에 대한 접종 일정이 연기됐고, 현재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대상자 가운데 60세 미만에 대한 접종도 보류됐다.

일정이 밀리거나 보류된 대상자는 약 18만명에 달한다.

정부는 EMA 발표와 각국 상황 등을 토대로 전문가 논의를 거쳐 접종 재개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2분기 접종 대상을 재조정하는 등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도입되는 백신 물량 총 1천808만8천회분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1천67만4천회분(59%)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 따른 이익이 위험보다 큰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럽만큼 혈전 발생 사례가 많지 않다.

문제가 된 특이 혈전 역시 연관성이 있는 이상반응 하나를 확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향후 접종 계획의 수정 가능성을 낮게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