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자해 위험 없는데 '수갑 조사' 잘못…배상해야"
검찰 조사에 앞서 수갑을 풀어달라는 피의자의 요구를 검사가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했다면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8일 구속 피의자 A씨와 변호인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A씨는 2015년 5월 수원지검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기 전 변호인을 통해 수갑을 풀어달라고 담당 검사에게 요청했지만, 검사는 수갑을 풀어주지 않고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수갑 해제를 요구하는 A씨 측 변호인의 항의가 계속되면서 인정신문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검사는 '수사 방해'를 이유로 변호인을 강제로 쫓아냈지만, A씨는 인정신문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검사는 교도관을 통해 A씨의 수갑을 풀어줬다.

이에 A씨 측은 피의자 신문 때 방어권 보장을 위해 수갑 등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 형집행법을 검사가 위반했다며 국가에 정신적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검사는 보호장비 해제는 검사가 아닌 교도관의 업무라고 맞섰다.

설사 검사에게 그런 의무가 있다고 해도 A씨의 도주·자해 등을 막기 위해 수갑을 풀어주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구속 피의자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검사가 보호장비를 풀어주지 않고 신문을 했다며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 측의 주장을 인정하고 국가와 검사가 A씨와 변호인에게 각각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B씨에 대해선 국가가 1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2심도 국가와 검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A씨와 변호인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각각 500만원으로 늘렸다.

B씨의 손해배상액도 300만원으로 올렸다.

재판부는 A씨에게 자해 위험이 있었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수갑 해제가 교도관의 업무라는 주장도 수사 통솔권을 가진 검사가 원칙적으로 보호장비 해제를 교도관에게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