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특이 혈전증 간의 관련 가능성을 인정했다. 정부는 전문가 자문,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국내 접종계획에 대한 입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8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EMA는 6일(현지시간)부터 열린 총회에서 AZ 백신 접종 뒤 보고된 희귀 혈전증 사례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 앞서 EMA는 지난달 AZ 백신이 전반적으로 혈전 증가와 관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도 드물게 발생하는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DIC)와 뇌정맥동혈전증(CVST) 등에 대해서는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DIC, CVST는 혈전 증가와 혈소판 감소가 동반되는 질환으로, 이런 드문 혈전증 사례 대다수는 접종 뒤 55세 미만의 여성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EMA는 AZ 백신 접종과 특이 혈전증 간의 잠재적인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접종 이득이 더 크다며 접종을 권고했다. 이후 EMA는 추가 분석과 함께 안전성위원회 평가를 진행했고, 전날 백신 접종이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특이 혈전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부작용 사례에 추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영국은 30세 미만에게 AZ 백신이 아닌 다른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했고, 벨기에는 AZ 백신을 한시적으로 만 56세 이상에게만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도 AZ 백신을 접종한 뒤 혈전증 진단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20대 여성이 AZ 백신을 맞고 혈전증 진단을 받았고 앞서 AZ 백신을 맞은 20대 구급대원은 CVST 진단을 받은 바 있다. 60대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에서도 백신 접종 뒤 혈전이 발견된 사례가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접종 계획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EMA가 AZ 백신 접종 후 특이 혈전증이 나타난 사례는 대부분 60세 미만 여성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정부가 접종대상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추진단은 EMA 발표 직전 8일과 9일 각각 시작되는 학교·돌봄 인력에 대한 접종과 취약시설 종사자 대상 접종을 잠정 연기했다. 현재 접종을 받고 있는 요양시설·요양병원, 코로나19 대응인력,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 가운데 만 60세 미만에 대한 접종도 일시 보류했다.

이러한 결정으로 총 14만2202명에 대한 접종이 연기됐고, 이 가운데 만 60세 미만은 3만8771명이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제적으로 실시한 조치"라면서 "EMA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대적인 접종 대상 재조정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도입되는 백신 1808만8000회분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1067만4000회분(5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탓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