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유행 우려 고개 드는데
해수욕장 '텐트 금지' 방역 수칙에도
무시 사례 속속 등장

감염병 전문가 "정부, 방역 의지에 의문"
"국민 경각심 크게 높여야할 시점"
4일 인천시 을왕리해수욕장에 방역 수칙을 어기고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몰렸다.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4일 인천시 을왕리해수욕장에 방역 수칙을 어기고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몰렸다.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이렇게 방역 수칙 무시하는 사람이 많은데,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극성인 것처럼 보이네요."
"텐트 치지 말라"는 방역 수칙 안내를 보고 해변가에 캠핑 의자만 가져간 A씨는 당황했다. 해변가 곳곳에 텐트가 보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누구도 이를 제재하지 않았다. A씨는 "지키지도 않고, 관리도 안 하는 방역 수칙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체계 전반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처럼 방역 수칙 무시 사례가 곳곳에서 포착되면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4차 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코로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668명으로 89일 만에 최다를 기록하는 등 확진자 수가 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에 소홀한 결과라고 보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오는 9일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 조정안 발표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해수욕장서 '텐트 금지'인데
방역 지침 무시…단속도 없어
4일 인천시 을왕리해수욕장에 텐트 설치를 금지하는 방역 수칙 안내판 앞에 시민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쉬는 모습.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4일 인천시 을왕리해수욕장에 텐트 설치를 금지하는 방역 수칙 안내판 앞에 시민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쉬는 모습. /사진=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일요일이었던 이달 4일 오후 3시께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는 최소 11개 텐트가 설치됐다. 해수욕장 입구에 써붙여진 '텐트 등 설치 금지' 안내판이 무색했다. 심지어 방역 수칙 안내판 바로 앞에 텐트 몇 개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안내판에 명시된 2m 거리두기는커녕 소형 텐트 안에서 두 사람이 마스크도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가 하면, 아내·자녀와 함께 텐트에 들어가 있으면서 담배를 피우는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이 해수욕장을 포함해 인천시는 지난해 8월부터 인천 내 25개의 해수욕장에 대해 개인 텐트 등 사용을 금지한 상태다. 하지만 기자가 해당 해수욕장에서 머무는 2시간 동안 이들을 단속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을왕리 해수욕장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방역 수칙을 어긴지도 모르고 텐트 속 자신의 사진과 영상을 버젓이 올리는 SNS 사용자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SNS 사용자 B씨는 최근 경기안산 방아머리해수욕장 방문 후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텐트 치지 말라고 되어 있었는데 다들 무시하고 쳤다"며 "해변가에서 불도 피우면 안 되는 걸로 아는데 불 피우며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썼다.
감염병 전문가 "방역 의지 의문"
…거리두기 강화할 시점"
전문가들은 정부가 스스로 만든 가이드라인에 관리·감독이 소홀한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정부 및 지자체의 안일한 방역 대응 속 재보궐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서 4차 유행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정부의 방역 행태를 보면 방역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부의 대응이 시민들의 방심을 더 부추겨 코로나 사태를 더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도 "정부가 그간 방역수칙을 두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경각심이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개별 장소 등 하나하나 구체적인 방역 지침에 초점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완화된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해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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