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장 검증 강화되는 터닝포인트 될 것"
봉합된 줄 알았지만 결국 소송…'달이 뜨는 강' 선례 될까
방송팀 = 주연 교체 후 전면 재촬영으로 '수습'의 모범 사례가 된 KBS 2TV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 결국 제작사와 소속사 간 갈등을 노출하며 법정 다툼으로 갔다.

이 드라마 주연이었던 지수는 학교폭력 논란으로 하차했으나 최근 이외에도 역사 왜곡 등 다양한 논란으로 드라마가 중도에 폐지되거나 재촬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달이 뜨는 강'의 소송전이 선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달이 뜨는 강'은 논란 직후 지수 대신 나인우를 투입하고 결방 한번 없이 방송을 이어오며 시청자에게는 봉합된 것으로 인식됐지만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제작비가 200억원으로 알려진 '달이 뜨는 강'은 재촬영에 돌입하면서 윤상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추가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계획했던 설정과 장면들을 상당수 포기하는가 하면 효율적인 동선을 짜가며 휴일 없이 촬영 중이다.

그러나 즉각 발생하는 비용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줬다.

이에 상당수 배우도 추가 출연료를 포기하고 남은 분량과 재촬영 분량을 동시에 소화하고 있다.

1~6회 재촬영의 경우 외부에는 선택 사항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미 190개국에 판권을 수출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현장에서 추가 비용이 불어나면서 제작사 빅토리콘텐츠와 지수 소속사인 키이스트 간 소송전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목소리가 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일 "어쨌든 귀책은 지수 소속사에 있기 때문에 손배소는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일종의 선례처럼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선례가 돼야 배우는 물론 소속사, 제작사, 방송사까지 각자의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이 뜨는 강'을 포함해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통용되는 배우 출연계약서에는 출연자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작품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당사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빅토리콘텐츠 역시 이러한 조항을 근거로 들어 키이스트를 상대로 3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키이스트 역시 넓은 측면에서 보자면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지수는 지난해 10월 키이스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키이스트로서는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은 지 반년도 되지 않은 때 이러한 사태를 맞았다.

소속사 역시 배우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을 상황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일단은 소속사로서 지수 하차와 그로 인한 피해에 따른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주된 의견이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제작사든 소속사든 방송사는 이제는 배우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달이 뜨는 강' 사태가 여러 부분에서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키이스트는 소송과 관련해 '정산'이 필요하다면서도 "촬영이 진행 중이라 최종 정산까지는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예정이므로 그전에라도 우선 도움이 되고자 일부 선지급하겠다는 제안도 했다"고 밝혀 갈등 봉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풍 설정과 역사 왜곡 논란에 폐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조선구마사'의 경우에는 제작사, 방송사, 배우 소속사까지 모두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공동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관계자는 "이 작품 역시 320억원이라는 큰돈을 들였는데 아무도 문제를 못 걸렀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라며 "결국 책임을 'N분의 1'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역사 왜곡 논란 등으로 출발부터 어려움을 맞는 작품들이 점점 늘어나는 형편이라 제작비와 관련된 관계자들 간 갈등도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