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초동수사 극히 부실" 지적
法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 국가가 유족에 1억3000만원 배상"

국가가 1998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 피해자 유족들에게 1억 3000만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5부는 2일 피해자의 아버지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국가)는 부모 각각에게 2000만원씩, 형제들에게는 각각 5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연이자까지 합치면 총 배상금액은 1억 3000여만원이다.

재판부는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에 해당 사건을 교통사고로 성급히 판단해 현장조사와 증거수집을 하지 않고 증거물 감정을 지연하는 등 극히 부실하게 초동수사를 했다"며 "이는 현저히 불합리하게 경찰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1998년 10월 학교 축제를 끝내고 귀가하던 여대생 정모양은 구마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에 치인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정양이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정양의 속옷이 근처에서 발견된 점 등에 비춰 성범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 2013년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정양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 DNA와 성매매 혐의로 기소된 스리랑카인 K씨의 DNA가 일치하는 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해 9월 K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강간죄(5년)나 특수강간(10년) 혐의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때였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죄’를 적용해 지판에 넘겼지만,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났다. K씨는 스리랑카로 추방됐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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