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자 음주운전 방조만 인정돼 집유…법원 "피해자 사망 공동책임 아냐"
'을왕리 참변' 음주운전자 징역 5년…동승자 윤창호법 무죄(종합2보)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차량을 몰고 역주행하다가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당시 차량에 함께 탔다가 이른바 '윤창호법'이 같이 적용된 동승자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만 인정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운전자만 '윤창호법' 유죄…"피해자 측 용서 못 받아"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는 1일 선고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5·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교사·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동승자 B(48·남)씨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방조 혐의만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A씨에 대해 "피고인은 범행을 시인하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다"면서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상당히 높았고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제한속도를 시속 20㎞나 초과해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냈다"며 "피해자가 사망하는 매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법원 "운전 중 주의의무는 원칙적으로 운전자에게만 있어"
'을왕리 참변' 음주운전자 징역 5년…동승자 윤창호법 무죄(종합2보)
그러나 김 판사는 B씨에게 적용된 윤창호법과 관련해서는 운전 중 주의의무는 운전자와 동승자 사이에 지휘·계약 관계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운전자에게만 부여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A씨가 자신의 결의와 의사로 음주운전을 했다"며 "B씨가 A씨의 운전 업무를 지도·감독하거나 특별한 관계에 의한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음주운전의 결과로 발생한 사망에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B씨가 운전을 시켰다"는 A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중요한 부분에서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B씨의 음주운전 교사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김 판사는 "B씨가 자신의 차량을 A씨에게 제공해 음주운전을 방조한 사실은 자백했다"며 "(이 혐의는) B씨의 진술과 보강증거에 근거해 유죄로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김 판사는 B씨의 양형 이유로 "피고인이 과거에 동종 범행으로 벌금형을 한 차례 받은 전력이 있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했고, 피해 복구를 위해 보험회사들에 구상금으로 3억6천만원을 지급했고 형사위로금을 유족에게 지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올해 2월 2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0년을, B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구형했다.

◇ 검찰 "판결문 분석해 항소할지 검토"
'을왕리 참변' 음주운전자 징역 5년…동승자 윤창호법 무죄(종합2보)
A씨는 지난해 9월 9일 0시 55분께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400m가량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사망 당시 54세·남)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당시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은 제한속도(시속 60㎞)를 22㎞ 초과한 상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했고,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훨씬 넘었다.

B씨는 사고가 나기 전 함께 술을 마신 A씨가 운전석에 탈 수 있게 리모트컨트롤러로 자신의 회사 법인 소유인 벤츠 차량(2억원 상당)의 문을 열어주는 등 사실상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단순히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으로 판단하고 둘 모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가법과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검찰이 음주운전 차량에 함께 탄 동승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B씨가 처음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분석해 두 피고인의 1심 판결에 항소할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