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패셧 플랫폼 '브랜디'...윤석호 CTO 인터뷰]

"개발자에 이상적인 회사 만드는 것이 꿈"
입사때 400만원 장비구입비...매년 100만원 지원
개발자 100명 뽑은 스타트업...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윤석호(41) 브랜디 최고기술 개발책임자(CTO)의 목표는 ‘개발자들에게 이상적인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윤석호 CTO는 중학교 때 직접 서버를 세팅해 모의해킹을 할 만큼 알아주는 ‘개발 덕후’였다. 부모님에게서 선물 받은 100만원짜리 컴퓨터 덕분이었다. 이 관심을 바탕으로 대학 때는 개발 아르바이트도 여럿 했는데 이때 하도급 방식의 열악한 개발자 고용 현실을 목격했다.

2014년 서정민 대표와 함께 브랜디의 초안을 다져가면서도 윤 CTO는 ‘개발자를 위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한 켠에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은 CTO로서 이 꿈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스타트업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브랜디의 ‘개발자 100명 채용’이다. 2014년 12월 설립된 스타트업 브랜디는 여성 패션 플랫폼 ‘브랜디’, 남성 패션 플랫폼 ‘하이버’, 패션 풀필먼트 서비스 ‘헬피’ 운영하고 있다. B2C와 B2B, 물류 등 다변화 된 브랜디의 서비스가 동시에 성장하면서 지난 한 해 개발자 확보가 회사의 큰 과제였다는 게 윤 CTO의 설명이다. 현재 브랜디의 전체 직원 300여명 중 개발자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브랜디는 왓챠, 쏘카, 오늘의집, 마켓컬리, 번개장터와 함께 ‘스타트업 코딩 페스티벌 2021’도 공동으로 지난달 열었다. ‘개발자가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뜻에서다.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5세 때부터 오락실을 다녔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오락에 유독 관심이 많았다. 어머니가 차라리 인생에 도움 되는 것을 하라며 10세 때 컴퓨터 학원을 보내주셨고 12세 때는 약 100만원짜리 ‘286AT’ 컴퓨터를 사주셨다. 1991년 당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부모님이 감사하게도 나를 위해 투자를 해 주셨다. 이 컴퓨터로 중학교 때는 서버를 직접 세팅해 모의해킹도 했고 대학도 소프트웨어공학과에 진학했다. 20대 초반에는 어느 정도 실무가 가능해 대학을 다니면서 틈틈이 개발 아르바이트를 했다. PC통신사에서 일을 받아 HTML로 1세대 웹 화면 짜는 일을 했는데 당시 이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수입도 괜찮았다. 비록 학점관리는 본격적으로 하지 못했지만 나름 재미있고 의미 있게 대학시절을 보냈다.”

▶브랜디엔 어떻게 합류했나
“졸업 후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서정민 대표와 일을 같이 했다. 친구 소개로 서 대표를 만났는데 신기하게도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로 세계정복을 하자’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함께 한 첫 회사가 ‘바이미닷컴’이라는 개인화 티셔츠 제작 회사였는데 성공적으로 상장사에 매각했고 얼마 뒤 서 대표가 가져온 또 다른 아이템이 브랜디였다. 2013년, 초기 멤버 4명이 오피스텔에서 브랜디를 시작했다. 커머스 사업은 속도가 중요한데 보통 이전 회사에서는 외부 솔루션을 구입해 커스터마이징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이를 개선해 간단하게라도 뼈대부터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플랫폼 회사로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이때 함께 동고동락한 멤버들은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개발자 100명 뽑은 스타트업...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CTO로서의 하루일과가 궁금하다
“스스로 ‘농부형 인간’이라고 부르는데 많은 개발자가 그렇듯 새벽안개를 맞으면서 코딩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새벽 3~4시에 기상해 자전거를 한 시간 타고 출근한다. 매주 2번 정도 웨이트트레이닝도 한다. 그러면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한다. 현재는 CTO로서 개발환경이나 사업환경을 발전시키는 일을 하기 때문에 업무 시작 후에는 매일 미팅을 하고 회의를 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브랜디의 ‘개발자 100명 채용’이 화제였다
“지난해 100여명을 뽑았고 중간에 조직개편을 거치면서 현재는 전체 100여명의 개발자가 있다. 브랜디는 B2C부터 B2B, 물류까지 사업이 워낙 다양한데 각 분야가 급성장을 해서 개발자도 많이 필요했다. 지난해 뽑힌 개발자들은 브랜디와 하이버 플랫폼을 버전업하거나 물류 자동화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 있을 차기 서비스도 함께 준비 중이다.”

▶개발자에 이상적인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얼마 전, SNS에 10년 전 친한 형과 찍은 사진을 봤다. 그때 형과 ‘개발자에게 이상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대화를 했던 게 기억났다. 이 형님은 지금 브랜디 데이터 조직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데 함께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일례로 현재 회사 내에 ‘혁신팀’이 있다. 회사 솔루션이나 언어 시스템 프로그램 방식을 과제형식으로 만들어 개발자들이 자연스럽게 온보딩(정착)하도록 돕는 팀이다.”

▶개발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많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코딩을 교육하는 ‘위코드’와 협력해 비전공 신입 개발자를 양성해왔다. 위코드로부터 매월 10명 이상의 교육생을 지원받아 4주 프로젝트 후 평가를 거쳐 우수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수퍼루키 전담팀도 신설해 위코드 교육생을 트레이닝 한다.”

▶인상적인 개발자가 있었나
“한 신입 개발자가 이해력도 좋고 과제를 너무 잘 수행해서 당연히 전공자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전공도 다르고 카페 바리스타 출신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해서 관련 지식이나 학문이 뒷받침돼야 된다 생각했는데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뽑을 때 스펙의 기준을 정하지 않는다. 대신 신입이라면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빌더십(buildership) 능력이 있고 이해력이 있는지, 서로 존중하고 협업할 수 있는지를 위주로 보고 있다.”

▶개발자 채용절차는 어떻게 되나
“개발자 채용은 크게 공개채용과 추천채용이 있다. 공개채용의 경우 지원자의 이력서와 코딩테스트, 면접으로 당락을 가린다. 이력서에서는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일을 했는지 본다. 또 일이 해결되기 전에 금방 싫증내거나 진중하지 못한 사람은 비교적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와 핏이 맞는 프로젝트, 커머스 관련 개발 경험 등을 본다. 지인추천은 신뢰하는 직원의 소개이므로 따로 코딩테스트를 실시하지 않는다. 면접은 1차로는 개발역량, 2차는 컬처핏을 본다.”

▶브랜디 개발자의 처우도 궁금하다
“개발자에게 계속 무언가 해주기 위해 고민 중이다. 그중 하나가 ‘장비프로젝트’다. 첫 입사 때 400만원의 장비 포인트를 지급하고 이후에는 매년 100만원씩 3년마다는 100만원을 추가해 원하는 장비를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발자 외에도 전 직원이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급여일 조기 퇴근, 생일자 연차, 가족기념일 반반차, 가족기념일 선물, 자사쿠폰 가족 제공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력하는 프로젝트는
“동대문을 세계시장과 연결하는 글로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배송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역시 필요한 건 개발자다. 개발자 채용도 직접 하는데 브랜디의 개발자가 되면 물류는 물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CTO가 된 뒤에는 늘 조직을 위해 생각하고 계획한다. CTO로서 개발자들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좋은 사람과 의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이도희 한경잡앤조이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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