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안압 녹내장, 인지장애 위험↑"

정상 안압 녹내장(normal-tension glaucoma)이 인지장애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녹내장은 안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시에 안압을 유지해 주는 눈 속의 체액인 방수(房水)의 배출구가 좁아지면서 안압이 상승, 망막의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환자의 안압이 정상범위 안에 있는데도 시신경에 지속적인 녹내장성 손상이 진행되는 경우다.

문제는 안압이 높은 상태에서 시신경의 손상이 진행되면 안과 검사나 건강검진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시신경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거나 또는 말기에 발견되는 수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호주 플린더스(Flinders) 대학 의대 안과 전문의 숀 멀래니 박사 연구팀은 정상 안압 녹내장이 인지장애 위험을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가 31일 보도했다.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 144명과 고안압 녹내장 환자 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지기능 테스트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들은 안압이 21mmHg 이하, 고안압 녹내장 환자들은 25mmHg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이용한 몬트리올 인지평가(T-MoCA: Telephone-Montreal Cognitive Assessment) 테스트를 진행했다.

전화로 하는 T-MoCA 테스트는 원래 30점 만점의 MoCA 테스트에서 시각적 자극이나 종이와 연필 사용이 필요한 문항을 뺀 것으로 22점이 만점이다.

테스트 결과 정상 안압 녹내장 그룹에서는 144명 중 21명이 성적이 11점 이하로 인지장애에 해당했다.

고안압 녹내장 그룹에서는 146명 중 8명만이 11점 이하 성적을 받았다.

이는 정상 안압 녹내장 그룹이 고위험 녹내장 그룹보다 인지장애 위험이 2.2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된 다른 변수들을 함께 고려하는 다변량 분석(multivariate analysis)에서도 정상 안압 녹내장은 인지장애와 두드러진 연관성을 보였다.

다변량 분석에서 인지장애와 연관성이 나타난 다른 독립 변수는 고혈압이 유일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결과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 치매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primary open angle glaucoma)이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관찰 연구 결과도 앞서 2건 발표된 일이 있다.

개방각 녹내장(open angle glaucoma)은 전방각이 뚫려 있기는 하지만 매우 좁아진 경우로 진행이 느려 자각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반면 폐쇄각 녹내장(closed angle glaucoma)은 전방각이 완전히 막힌 것으로 안압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전방각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있는 각막과 홍채 사이의 공간을 말한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안과학 저널(British Journal of Ophthalm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