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 15명, 단속 막으려 경찰 6명에 대항…경찰관 일부 상처 입어
1심 실형 이후 항소심서 감형…재판부 "범행 인정·부양 가족 감안"
러시아어로 "도망가"…유흥업소 불법체류자 단속 현장 '육탄전'
"베기체(도망가)"
2018년 6월 18일 오후 8시께 전북 군산의 모 유흥주점 룸에서 한 남성은 불법체류 여성 종업원들을 향해 러시아어로 이렇게 외쳤다.

'불법체류자가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관 6명이 외국인 여성들의 신원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이 남성은 경찰관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러시아어로 외국인 종업원들에게 도주를 지시한 것이다.

그는 이어 "왜 여성들을 저기다 가둬놓느냐", "나가서 조사받게 하라"는 말로 경찰관들에게 따졌다.

분위기는 점차 험악하게 흘렀다.

경찰관이 밖으로 나가려는 외국인 여성의 팔을 붙잡자 다른 남성이 이를 막았다.

유흥업소 안에는 이미 경찰의 단속을 막기 위해 장정 15명이 집결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룸 문 앞에서 여성들의 도망을 막고 있던 경찰관의 몸을 붙잡고 밀쳤다.

다른 경찰관의 양팔도 붙들었다.

업소를 빠져나가던 여성을 뒤쫓은 경찰관 2명은 벽으로 힘없이 밀쳐졌다.

장정 15명은 단속 경찰관 6명이 감당하기에 버거운 수였다.

지원 요청을 받고 유흥업소에 도착한 경찰관도 이 남성들로부터 때릴 듯한 위협을 받아야 했다.

남성들은 경찰관을 향해 "내가 누군지 아느냐", "야 이 어린놈의 ○○아" 등의 욕설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경찰관이 타박상, 팔꿈치 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다.

결국 이들은 경찰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모두 검거됐다.

불법체류 외국인 여성들도 붙잡혔다.

조사 결과 일부 업주들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취업비자가 없는 외국인 여성 수십 명을 접대부로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여성을 불법 고용하고 경찰의 단속을 온몸으로 막은 이들은 결국 법정에 섰다.

러시아어로 "도망가"…유흥업소 불법체류자 단속 현장 '육탄전'
1심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흥업소 업주 A(50)씨에게 징역 1년 4개월, 불법체류 여성을 고용·알선한 B(43)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징역 1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내려졌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전주지법 제1형사부는 실형을 받은 이들을 선처했다.

항소심에서 이르러 A씨는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 B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31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범행은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저해하고 외국인 불법체류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

피고인들은 경찰의 단속을 받게 되자 공범들과 공모, 경찰 수보다 더 많은 무리를 소집해 방어했다"면서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반성하고 있으며 일정 금액을 공탁했고 부양할 가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