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계기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부동산 문제를 놓고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이슈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부동산 투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시민단체의 공로가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친 선명성 경쟁으로 비현실적 제언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지난 2일 최초로 폭로한 데 이어 31일엔 ‘3기 신도시 개발이익 분석 보고서’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강제 수용한 공공택지를 민간건설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부 민간 건설사와 개인 수분양자들이 개발이익을 사유화했다”며 “3기 신도시 민간택지 매각을 중단하고, 개발이익이 개인 분양자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모든 주택을 장기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참여연대뿐만이 아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실련 측은 “SH공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핑계로 삼아 땅 장사, 집 장사에 열중하며 정작 늘려야 하는 장기 공공주택은 확대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이 가장 고통받고 있는 분야가 ‘부동산’이기 때문에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시민단체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참여연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 권력 견제와 감시라는 시민단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는데, LH 사태를 계기로 이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민단체들이 강경한 주장으로 선명성을 내세우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과도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민단체들이 공공택지 매각을 중단하고 공공 중심의 주택 공급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시장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민단체에서 민간 건설사를 악(惡)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공공에서 모든 것을 떠맡으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은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라며 “공공주택만으로는 민간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