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이, 네 절대 위험한 일 앞장서고 그러면 안된데이."
전태일 삶 하나씩 알아가는 특별한 공연…2인 음악극 '태일'
음악극 '태일'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산화한 전태일 열사의 발자취를 하나씩 따라간다.

노동운동가로서 행적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가 겪었던 절망에 가까웠던 가난과 그런데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용기, 그가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보여준 따뜻한 인간애를 비교적 담담하게 들여다본다.

공연은 2인극으로 '태일'(진선규·박정원·강기둥·이봉준)과 태일 외 모든 역할을 하는 '태일 외 목소리'(정운선·한보라·김국희·백은혜)만 출연한다.

태일 외 목소리는 여동생, 엄마, 여공 등 태일을 사랑하고 아껴주던 아군은 물론 공장주, 노동청 등 태일을 속상하게 악역까지 소화한다.

독특한 점은 배우들이 공연 중간에 맡은 배역을 벗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해설자처럼 관객들과 소통한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알았으면 하는 태일의 삶에 대해 추가 설명을 하기도 하고, 공연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배우의 생각을 전한다.

전태일 삶 하나씩 알아가는 특별한 공연…2인 음악극 '태일'
첫 넘버(노래)가 끝나고 전태일 역을 맡은 배우는 "여러분은 전태일을 어떻게 기억하시나요"라며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질문을 던진다.

자신은 영화로 전태일 열사를 처음 접했고,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며 관객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전태일 열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배우들은 공연에서 모두 보여줄 수는 없는 태일의 삶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가 평화시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던 작업공간은 햇살 하나 들지 않은 좁은 곳에 먼지가 가득했다고 묘사하고, 당시 여공들이 받은 임금으로는 풀빵 하나 사 먹기 어려웠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제작진은 이런 극의 구조를 통해 관객 스스로 전태일의 삶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장우성 작가는 "단지 과거의 이야기로써 태일의 삶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시선으로 그와 마주하고,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해설자로 등장하는 시간은 한없이 가라앉을 수 있는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하는 효과도 낸다.

비극으로 끝나는 전태일 열사의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슬플 수밖에 없다.

배를 곯는 가난 때문에 뿔뿔이 흩어진 가족, 배움에 대한 열망조차도 내려놓아야 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태일을 지켜보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전태일 삶 하나씩 알아가는 특별한 공연…2인 음악극 '태일'
이런 순간 배우들은 태일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라는 원동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어제가 생일이었는데 친구들과 만나 연기 이야기를 나누며 동력을 얻었다거나 오늘은 일찍 대학로에 도착해 거리를 걸으며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기쁨을 만끽했다는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관객들 역시 자연스럽게 태일의 삶에 빗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태일은 역사 속 인물이 아닌, 내 이야기가 된다.

전태일 열사의 삶 전반을 다루다 보니 극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대사나 이야기 일부를 노래로 전하는 일반적인 뮤지컬과 달리 이야기가 한 단락 끝날 때 노래를 하는 구조다 보니 대사 전달이 잘 되는 편이다.

공연은 5월 2일까지 종로구 대학로티오엠 2관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