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조현식, 지주사 감사위원 배출…동생 조현범과 전면전 가능성은 작아
한국타이어家 장남 '3%룰' 덕봤다…경영권 분쟁 동력 유지
한국타이어가(家)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으면서 '차남 경영 체제'를 유지 중인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두고 장남과 차남의 갈등이 증폭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이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가 각각 지주사와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면서 경영권 분쟁 중인 양측의 '힘대결'이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지주사 한국앤컴퍼니는 30일 각각 주총을 열고 이미라 제너럴일렉트릭(GE) 한국 인사 총괄과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총괄은 조 사장 측이, 이 교수는 조 부회장 측이 각각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다.

이날 오전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 이 총괄이 86%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감사위원에 선임되면서 경영권 분쟁도 조 사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오후 열린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 조 부회장이 감사위원으로 주주 제안한 이 교수가 선임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지분율로 보면 한국앤컴퍼니 지분 42.90%인 조 사장과 19.32%인 조 부회장의 표 대결은 성사되기 어려웠지만, 개정 상법에 따른 '3%룰'로 조 부회장이 승리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3%룰은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조 사장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했음에도,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조 부회장에게로 향하면서 이 교수가 선임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서 3%룰을 통해 최대주주가 반대하는 감사위원이 선임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이 교수는 선임 결정 이후 연합뉴스 통화에서 "(경영권 분쟁 개입) 생각은 없다"며 "일반 주주들이 소환한 것이기 때문에 대주주를 견제하면서 교과서적으로 (감사위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과 함께 주주제안을 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대리인을 통해 "건강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는 이 교수의 능력을 주주들이 높이 평가해준 결과"라며 "사업회사(계열사) 결정은 아쉽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의 감사위원 선임 성공으로 당분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잠재적 씨앗'으로 남아있게 됐다.

조 부회장은 이 교수의 선임 조건으로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임을 약속한 만큼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예정이지만, 주주로서의 의견 개진은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부회장은 "현 경영진의 일사불란한 경영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며 "대주주로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부회장이 감사위원 선임 성공으로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동력을 확보했지만, 당장 조 사장과의 경영권 분쟁 '전면전' 벌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분율 차이가 커 조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일 현실적인 방안도 없다고 보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해 6월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지분 23.59%를 모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며 '차남 경영 체제'를 공고히 했다.

조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국민연금 반대에도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면서 차남 승계 구도를 안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에도 취임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강화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조현식 대표이사 체제에서 조현식·조현범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조 부회장이 대표를 사임하면 단독 대표 체제가 된다.

대표이사가 2명이지만, 사실상 신사업 관련 주요 경영 의사결정은 조 사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회장은 우선 내년 임기가 종료되는 한국앤컴퍼니 사내이사 연임을 위해 사내 영향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성년 후견 심판이다.

법원에서 성년 후견을 받아들인다면 조 사장이 아버지인 조 회장으로부터 확보한 지분을 무효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다시 점화될 수 있다.

한정후견 효력이 과거 결정에 소급되지는 않지만,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