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부동산 투기 수사 범위를 내부정보 이용, 차명거래뿐 아니라 기획 부동산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수사 인력도 두 배 늘린다. 경찰 수사력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자 일각에서는 “검경 합동수사 본부를 꾸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30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획 부동산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하겠다”며 “투기 비리 공무원은 구속 수사하고 부당이득은 반드시 환수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7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도 기획부동산에 대한 엄정 대응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시·도 경찰청이 기획부동산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해 촘촘한 수사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중심의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인력은 현재 770여 명의 두 배인 156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시·도청 수사책임자는 경무관급으로 격상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전날 수사 강화 계획을 내놓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남 본부장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속도감 있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투기 내사·수사 대상은 이날 125건, 576명으로 늘었다. 공무원 94명, 국회의원 5명, 지방의원 25명,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35명 등이다. 세종경찰청은 이날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세종시의원 A씨의 시의회 사무실 등 네 곳을 압수수색했다.

정부는 전날 전국 검찰청 43곳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여 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조차 수사 주체 구성을 놓고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수사권 조정을 이유로 경찰에 수사 전권을 맡겨놓고 뒤늦게 수사 전문성과 법리 전문성을 갖춘 검찰에 도움을 청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 현직 검사는 “이럴거면 1·2기 신도시 수사 때처럼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는 게 효율적”이라며 “특수 상황에선 검찰이 수사 전면에 나설 수 있게 예외조항을 두는 식의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찰과 검찰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지은/이인혁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