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국제사회 피구금자 처우 수준도 안돼"…"추가 연구 이뤄져야"
"북한군 4명중 1명, 공개처형 목격…가혹행위도 만연"
북한군의 인권 실태가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피구금자에게 최소한 보장해야 하는 처우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권센터는 30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토론회를 열고 '북한 군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2019년 7월∼2020년 6월 국내 입국한 북한 이탈 주민 중 군 복무 경험이 있는 30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하고 기존 북한군 인권실태 관련 문헌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이기찬 사회인류학 독립연구자는 "풍문으로 들었다는 내용은 모두 배제하고 본인이 직접 목격하거나 확실히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해서만 사례로 채택해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면접자 30명 중 8명(26.7%)은 군 복무기간에 공개처형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일시가 특정된 7건 사례 가운데 공개처형이 집행된 시기는 1990년대(3건), 2000년대(3건), 2010년대(1건) 등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책임자는 "공개처형은 당이나 수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이 발생할 때 군 기강 확립 차원에서 집행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다만 군 기강·사기와 직결되는 사안이라 군인 공개처형은 과거 민간에서 벌어진 공개처형에 비해 드물었다는 것이 공통적인 증언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내 사망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면접자 중 90%(27명)는 군 복무 중 사망사고를 직접 목격하거나 소속 부대에서 발생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증언한 사고 52건을 분류하면, 건설지원·벌목 등 작업 중 사고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사고·익사 등 안전사고가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훈련 중 사고와 구타·가혹행위 및 싸움 관련 사망사고는 각각 8건이었고, 총기사고 6건, 영양실조 관련 3건이었다.

군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도 만연했다.

구타를 경험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명에 불과했고, 피면접자의 80%는 구타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답했다.

북한군은 남자 의무제 10년, 여자 지원제 7년 복무인데도 휴가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면접자 중 정기휴가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1명에 불과했다.

월급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장교 월급도 장마당 기준 쌀 1㎏ 가격인 5천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 연구책임자는 "북한군 인권실태 개선의 출발선은 유엔이 피구금자 처우에 대한 최저기준을 정해둔 '넬슨만델라 규칙'에 두는 것이 적절하다"며 "피구금자에 해당하는 규칙이지만 내용을 보면 장기간 복무하는 북한군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군 인권 문제를 논의할 계기를 열어준 연구"라며 "심층 면접 대상자의 수가 많지 않은 점은 한계로, 향후 그 수를 늘려 분석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