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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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 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서울시가 새 시장을 맞기 위한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보궐선거로 뽑힌 시장은 인수위원회 없이 당선 다음 날 즉각 업무가 시작되는 만큼 시정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지난 10년간 고(故)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 진행해온 주요 시정들이 뒤엎어지고 대대적 조직개편과 인사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건축규제·선별복지원칙 등 변화 예고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기획조정실이 총괄해 6실5본부10국 별 차기 서울시장 업무보고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취임식을 하기 전이라도 선거 다음날인 8일부터 새 시장의 임기가 바로 시작된다"며 "곧장 업무에 착수할 수 있도록 주요 현안과 사업계획, 서울시장 후보별 공약이행계획안 등이 포함된 보고안을 각 국실별로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장이 교체되는 것은 2011년 이후 10년만으로 시정 방향도 바뀔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부동산정책이다. 특히 박 전 시장 임기동안 막아놓은 재건축·재개발이 뚫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력주자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 주택공급을 위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오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문턱을 수년째 넘지 못하고 있는 사업지들에 속도를 내주겠다고 공언했다. 노원구 상계주공,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일대 등 재건축 안전진단을 서두르겠다고도 했다. 박 후보도 도심과 여의도, 용산, 강남 등 노후 주택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급 관련 부서를 경험해 본 공무원들은 '밀린 숙제를 해야할 때가 왔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동안 서울시가 사수해왔던 '선별적 복지' 원칙이 수정되고 '보편적 복지' 정책이 일부 도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후보는 서울시민들에게 디지털화폐로 10만원씩 재난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고 오 후보의 경우 '안심소득'이란 이름으로 일종의 기본소득 실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경우 오 후보가 당선되면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오를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재구조화 작업 전 광화문광장은 2009년 오 후보가 서울시장을 맡았던 당시 완성한 것이다. 오 후보는 최근 토론회 등에서 "이미 진행중인 정책은 유지하겠다"면서도 "시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광화문광장을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졸속정책으로 재정악화 우려도

거듭되는 선거로 시정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졸속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시장 임기는 1년 짜리로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극에 달할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이후 악화된 서울시의 재정 건전성이 부실해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서울시의 총 채무(투자기관 포함)는 올 2월 기준 16조9000억원으로 2019년 말 대비 25%증가했다.

서울시와 관계기관의 공무원들은 인사에 칼바람이 불 것이라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시장 교체시 서울시 1급 이상 고위 간부는 일괄 사표를 내 왔다. 오 후보가 시장시설 '무능공무원 3% 퇴출' 정책을 도입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실무자급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 박 시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던 부서의 담당 직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새 시장이 오면 혹시 '적폐'로 찍히진 않을까 우려해서다. 시 국장급 공무원은 "과거에는 시장이 바뀌면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도맡았다는 이유로 감사실에 불려 다니는 일이 잦았다"고 했다.

'올드보이'의 귀환도 예상된다. 오세훈 캠프에서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정책실장을 맡아 선거를 이끌고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오 후보가 당선되면 시 산하기관장이나 이른바 '6층 사람들'로 불리는 정무직으로 퇴직 공무원들이 대거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장 취임식은 선거 이후 수 일 가량 준비작업을 거친 뒤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 6층에 위치한 시장실은 현재 사용하지 않고 가림막을 한 상태로, 서울시는 새 시장이 업무공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까지 고 박 시장이 사용한 공간을 유지할 방침이다.

하수정/박종관/신연수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