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구멍 닫아 가뭄 대처력 제고…"새롭고 예기치 못한 방식"
동물 신경전달물질 '가바' 식물서는 기공 조절 작용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게 진정 효과를 가진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γ-aminobutyric acid)가 식물에서는 잎의 뒷면에 있는 공기 구멍인 기공이 열리는 것을 조절해 가뭄에 대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 애들레이드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웨이트연구소의 매튜 길리엄 소장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식물이 물 사용을 줄여 가뭄 내성을 키우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낸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발표했다.

기공은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받아들이고 생성된 산소를 내보내는 식물 내외부의 기체교환이 이뤄지는 곳으로, 기온이 높거나 건조할 때는 산소와 함께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기공을 닫게 된다.

연구팀은 가바가 식물 잎의 기공이 열리는 것을 조절함으로써 물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바가 많이 생성될수록 기공이 열리는 크기가 작아져 식물의 호흡이 줄어듦으로써 물을 적게 이용한다는 것이다.

길리엄 소장은 "보리와 누에콩, 대두 등과 같은 작물과 실험 식물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가바가 생성되면서 잎의 기공을 최소로 열고, 이는 토양에서 물을 더 적게 이용해 가뭄 환경에서 생존을 늘려준다"고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호주연구위원회(ARC) 식물에너지생물학센터의 쉬보 박사는 "동물과 식물이 모두 가바를 생성하지만 서로 다르게 이용하고 있다"면서 "식물은 동물과 같은 신경을 갖고 있지 않아 환경에 따라 에너지 이용 수준을 맞추는 데 가바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가바가 가뭄 이외에 다른 스트레스 신호에서는 잎의 기공을 닫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쉬 박사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얼마만큼의 가바를 축적하는지는 전날의 스트레스 기억처럼 다음 날 아침에 기공을 어느 정도 열어 물 손실을 줄일 것인지를 결정하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연구진을 이끌고 이번 연구에 참여한 뷔르츠부르크대학의 라이너 헤드리히 교수는 "지난 35년간 식물의 기공 조절에 관한 연구를 해왔지만, 완전히 새롭고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기공을 조절하는 것을 발견한 것은 가장 놀라운 결과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면서 추가 연구 결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연구팀은 최근 호주 연방정부로부터 연구기금을 받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등과 협력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