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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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 곳곳에서 선거 벽보가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매 선거철 마다 반복되는 벽보 훼손 사건에 경찰 인력이 투입돼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전날 지하철 7호선 학동역과 논현동 인근에 설치된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는 신고를 구청으로부터 접수했다. 학동역 인근에 게시된 벽보는 전체가 사라졌고, 논현동 주변 벽보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 포스터가 일부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훼손된 벽보는 새 것으로 다시 게시됐다.

지난 25일에는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앞에 걸린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됐다. 현수막에 ‘기본소득’라고 적힌 문구가 가로로 찢기고 한쪽 줄이 끊긴 채 발견됐다. 이날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운동이 처음 시작된 날이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5일 선거 운동이 시작되고 소음 교통 등의 선거 관련 112신고가 하루 80여건 들어오고 있다”며 “수사와 내사 진행 중인 17건 중 대부분은 벽보 훼손 사건”이라고 말했다.

벽보 훼손은 매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2017년 19대 대선 때 한 60대 남성은 선거 벽보 12개를 훼손해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은다”며 특정 후보 3명의 벽보에 ‘x’자를 그렸다.

벽보 훼손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철거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실형 선고를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건물에 붙은 선거 벽보를 열쇠로 찢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은 같은해 10월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행위는 선거인의 알 권리를 침해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선거 홍보물 관리에 과도한 행정력이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IT(정보기술) 발달로 스마트폰 등으로 공약을 쉽게 접하는 데다, 각 집으로 직접 선거 공보물이 배달되기 때문이다. 벽보 설치와 해체에 투입되는 인력도 적지 않다. 다만 인지도 낮은 소수 정당과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노인에게는 여전히 벽보가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 많은 유권자가 선거 공약을 접할 수 있도록 벽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