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제기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관련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들은 “핵심을 못 잡고 주변만 맴도는 경찰 수사력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고,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출범한 뒤 첫 임무라는 이유로 의욕만 앞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이자 민변 소속인 김남근 변호사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력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며 “명확한 혐의점을 잡고, 우선 수사 대상을 정하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2일 민변과 참여연대가 LH 임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할 때 발표를 맡았다.

그는 “의혹이 제기된 현장만 둘러봐도 농사 목적인지, 투기 목적인지 바로 알 수 있다”며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곳을 사들인 공직자부터 입건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했다. 수사 대상을 ‘3기 신도시 투기성 농지 거래’로 명확히 하고, 관련 수사를 넓혀가야 실체에 접근하기 쉬울 것이란 얘기다. 김 변호사는 “경찰이 실체적 접근을 외면하고 ‘부동산 투기 발본색원’이라는 구호만 외치는 식이어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의혹을 본격적으로 살피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꾸리면서부터다.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하고 사흘 뒤다. 여론이 나빠지자 8일에는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로 확대 개편됐다.

이후로는 수사 대상이나 범위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3기 신도시에서 발생한 공직자의 불법 투기 의심 사례를 넘어 전국적으로 살피고 있다. 경찰 내부에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며 수사 범위를 키우는 바람에 도리어 수사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수본의 내사·수사 대상은 지난 26일 총 536명(110건)으로 집계됐다. 전·현직 공무원 102명, LH 직원 32명, 민간인 322명 등이다. 나머지 80명은 신원을 확인 중이다. 24일(89건·398명)과 비교하면 이틀 만에 100명 이상 늘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수사 진행 과정을 평가하기에 이른 측면이 있지만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이익 몰수 움직임이 더딘 점은 우려스럽다”며 “이익 환수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고서는 이번 사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지은/김남영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