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재개발매립지 구역 놓고
부산 동구-중구 1년간 '으르렁'
작년 지자체 영토분쟁 37건
수년간 다투고 어업권 갈등까지

전문가 "지자체 행정력 낭비
해상경계 명문화 이뤄져야"
부산 중구와 동구는 지금 1년째 ‘땅 싸움’을 하고 있다. 북항 재개발매립지가 발단이었다. 부산의 노른자위로 부상한 이곳의 경계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지역 경제가 확 달라진다. 동구는 현 육상경계를 기준으로 구역을 나누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오페라하우스는 물론, 영상전시지구 네 곳을 모두 동구가 가져간다. 중구는 영주고가교를 기점으로 경계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페라하우스와 영상전시지구 두 곳은 중구가, 나머지 영상전시지구 두 곳은 동구가 나눠 갖자는 것이다. 이 사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앙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갔지만 양측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분쟁조정위 조정과 관계없이 법정까지 가서 결판을 내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지자체 영토분쟁 2년간 52건
"우리땅 맞다아이가"…부산 동구-중구 1년째 싸우는 이유

부산 동구와 중구의 다툼은 지방자치단체 간 영토분쟁에서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 2년간 중앙분쟁조정위에서 지자체 관할권을 놓고 조정을 거친 분쟁만 2019년 15건, 2020년 37건 등 52건에 달한다. 5~10년 이상 싸우면서 지자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민원도 10여 건이 넘는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신생 공유수면 매립지의 귀속 여부는 행안부 장관이 결정한다. 하지만 행안부의 결정을 순순히 따르는 지자체는 드물다. 법원으로 가거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구하며 장기전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평택시와 충청남도 당진시는 평택·당진항 앞바다 매립지를 두고 10여 년간 다퉜다. 평택시는 2015년 5월 행안부로부터 제방 바깥쪽 매립지 67만9589.8㎡(전체 매립지 면적의 71%)의 관할권을 받았다. 그러자 충청남도가 발끈해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지난달 평택시 손을 들어줬다.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을 둘러싼 지자체 갈등은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새만금 1·2호 방조제 관할권을 각각 전북 부안군과 김제시에 준 정부 결정을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군산시는 이달 초 바다매립지에 대한 지자체의 관할권을 행안부 장관이 결정하는 것은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새만금방조제 완공으로 새로 생긴 용지는 409㎢로 전주시 면적의 2배나 된다.
해상경계는 법 규정 아예 없어
지자체 간 어업권 분쟁도 적지 않다. 해상경계는 바다매립지와 달리 아예 명문화된 규정도 없다. 지자체 간 합의를 못 하면 법정으로 가야 한다. 국내 최대 규모 김양식장인 만호해역(마로해역)의 어업권을 둘러싼 전남 해남군과 진도군의 갈등은 1990년대부터 불거졌지만 아직도 해결이 안 됐다.

지난해에는 어민들 간 해상 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해남군수협과 어민들이 진도군수협 등을 상대로 이 해역의 양식장 영업권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달 법원은 “해남군은 진도군에 어장을 인도하고 김양식장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명현관 해남군수는 “어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만큼 군정의 역량을 총집결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가 10년간 벌여온 멸치 황금어장 해상경계선 분쟁에선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전라남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경상남도는 다시 공동조업수역 설정에 나서는 등 새로운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치단체 간 행정력 낭비와 분쟁을 막기 위해 해상경계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강민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체계화된 합의 시스템 구축, 지역 협력사업을 위한 재정적 유인구조 확대 등 자치단체 사이의 갈등을 관리할 체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며 “자치단체들도 정치적 셈법을 앞세우려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군산=임동률 기자/부산=김태현 기자/ 당진=강태우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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