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 제주자치경찰 조례 심의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제주 자치경찰제 운영과 정원을 놓고 국가경찰과 제주도 자치경찰단 사이에 갈등이 제주도의회에서 표출됐다.

제주 자치경찰 운영 놓고 국가경찰-자치경찰 갈등 '팽팽'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23일 제393회 임시회 2차 회의를 열어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심의했다.

도의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오는 7월 1일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국가경찰과 제주도 자치경찰단 사이에 빚어진 갈등의 원인에 대해 집중 질의 하면서 양측의 통 큰 양보와 합의를 요구했다.

김경학 의원은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두고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해야 할 국가경찰과 제주자치경찰 양대 기관이 갈등하면서 도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한 장의 사진을 가지고 왔다.

의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이라며 "'일방적인 조례 제정 피해자는 70만 제주도민'이라는 피켓 문구가 있다.

경찰청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도민은 피해를 보는 것인가.

또 '지방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게 자칫 경찰청이 알아서 하겠다는 취지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인상 제주경찰청 차장은 "갈등 상황을 빚는 것 같아 불안한 느낌을 드려 죄송스럽다"며 "자치경찰제 시행을 앞둔 중요한 고비다.

제주도민의 안전을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간 이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자치경찰 운영 놓고 국가경찰-자치경찰 갈등 '팽팽'
이 차장은 "어떤 중요한 정책 결정이든 조례안을 만들게 되면 서로 협의하고 논의해야 한다.

조례안은 자치경찰사무를 정할 때 제주도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로 돼 있는데 이는 자칫 (자치경찰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역의 경우 대부분이 '들을 수 있다'가 아닌 '들어야 한다'로 돼 있다.

경찰에 국가경찰사무·수사사무·자치경찰사무가 혼재돼 있고, 특히 제주에는 자치경찰단이 별도로 있는 이원화된 구조이기 때문에 경찰사무에 대한 전문성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들어야 한다'로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창경 제주도자치경찰단장은 "7월 1일부터 국가 권력기관 구조개혁에 따라 비대해지는 경찰 조직을 분산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자치경찰제가 시행된다.

제주도 역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중심이 돼 도지사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고, 경찰청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경찰청과 자치경찰단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임제 행정기관인 경우에는 '관계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해서 행정 행위가 독단적으로 흐르지 못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치경찰위원회와 같이 심의의결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의 경우 의견 청취에 대한 규정을 임의규정으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고 단장은 "정부조직법상 정부 위원회 역시 의견을 듣는 절차를 갖추되 그 의견에 구속되거나 당연 규정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그대로 반영했다.

또 자치경찰위원회가 무분별하게 자치경찰 사무를 확대해 심의·의결하려는 경우 경찰청장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맞섰다.

제주 자치경찰 운영 놓고 국가경찰-자치경찰 갈등 '팽팽'
양 기관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자 양영식 보건복지안전위원장은 "아무리 옳은 결정이라고 해도 유사 기관과 협력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런 노력 대신 양측 모두 조례안에 자기 입장을 넣기 위해 혈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눈독을 들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며 "조례안에 대한 서로 다른 양측의 이견을 좁혀 합의안을 가져와 달라"고 제안했다.

제주도가 지난달 '자치경찰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운영 조례안)과 '행정기구 설치 및 정원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정원 조례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국가경찰과 제주도 자치경찰단 양측의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국가경찰은 정원 조례안이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 정원 20명 가운데 자치경찰 몫은 8명인데 국가경찰은 3명뿐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운영 조례안에 자치경찰 사무를 정할 때 제주경찰청장의 의견 청취를 의무가 아닌 임의 규정으로 두는 바람에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무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이뤄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 개정으로 인해 7월 1일부터 전국에 자치경찰제가 본격 운영된다.

자치경찰제를 15년간 시범운영 하던 제주의 경우 자치경찰 조직이 국가경찰로 흡수될 위기에 처했지만, 최종적으로 자치경찰을 존치하되 제주자치경찰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자치경찰 사무를 지휘·감독하는 합의제 행정기구로, 도지사의 관할권 한은 해당 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