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천경찰서는 40대 남성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2일 제천경찰서는 40대 남성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부인과 주치의가 술에 취한 채 수술해 출산 도중 아이를 잃었다며 해당 의사와 산부인과를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음주 상태로 수술을 집도한 의사 A 씨에 대해 의료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당시 임산부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1%이다.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A 씨가 혈중알코올농도는 0.038% 상태에서 직접 차를 몰고 병원까지 운전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A 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했다. 나아가 의료 사고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대한의사협회 등에 감정을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술을 마신 채 직접 차를 몰고 병원에 간 사실은 확인했으나 의료사고 여부는 아직 조사 중"이라며 "음주 수술에 대한 처벌 여부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열 달을 품은 제 아들을 죽인 살인자 의사와 병원을 처벌해주세요! 주치의의 음주 수술로 뱃속 아기를 잃은 엄마입니다'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청원인은 "저는 5개월 된 딸아이를 둔 엄마다. 앞으로 말씀드릴 이런 일이 없었다면 5개월 된 딸과 아들을 둔 쌍둥이 엄마였을 것"이라고 입을 뗐다.

청원인 주장에 따르면 쌍둥이를 임신한 그는 쌍둥이 출산에 능숙한 의사가 있다는 충북 지역 한 산부인과에서 주치의 A 씨에게 진료를 받았다. 임신 과정을 거쳐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기다리던 도중 진통 없이 양수가 터져 글쓴이는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주치의 A 씨가 휴진인 관계로 당직의 B 씨가 청원인을 진료했다. 청원인은 B 씨가 "쌍둥이 상태가 너무 좋아 자연분만을 할 정도"라고 웃으며 청원인을 안심시켰다고 했다.

청원인은 "주치의 A 씨가 제왕절개수술을 집도해주겠다면서 오후 4시까지 오기로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간호사들도 아기들이 아무 이상 없으니 맘 편히 기다리면 된다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오후 4시가 넘도록 주치의 A 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후 9시가 되자 간호사들이 분주해졌고 당직의 B 씨는 청원인에게 "아기의 심장박동이 잘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아들은 태어나도 가망이 없겠는데?"라고 말하고 방을 나갔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신을 잃었다.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고 제 아들은 죽었다고 들었다"며 "저는 아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원인의 제왕절개 수술은 주치의 A 씨가 맡았다. 청원인은 당시 A 씨가 코를 찌를 듯한 술 냄새를 풍기며 급히 달려와 수술실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수술이 끝난 후 비틀거리며 나오는 A 씨에게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해보니 만취상태였다"며 "A 씨가 경찰관에게 '멀리 지방에서 라이딩을 하고 여흥으로 술을 먹었다'고 하며 '그래요, 한잔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인 상황도 아니고 한 아이의 심장박동이 잘 확인되지 않는 응급상황에서 술이 가득 취해 수술방에 들어온 주치의 A 씨는 저의 아들을 죽여도 상관없다, 아니 죽이고자 생각하고 수술방에 들어온 살인자"라고 맹비난했다.

또 "'자기가 낮에 수술을 했으면 아들은 살았을 거다'라며 주치의 A 씨가 올 때까지 빈둥거리며 태연하게 병동을 서성이던 당직의 B 씨도 우리 귀한 아들을 살인한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병원 측 대응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글쓴이는 "병원 구조상 당직의 B 씨는 페이닥터라 수술을 할 수 없어 주치의 A 씨를 기다리다가 수술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더라"며 "당직의 B 씨는 의사가 아니냐. 그런 말도 안되는 시스템이 어디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병원 임직원 모두 주치의 A 씨와 당직의 B 씨가 우리 아들을 살인한 행위에 가담한 방조범"이라고 경고했다.

글쓴이는 "그들은 칼을 든 살인마"라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이상 진료와 수술을 못하게 주치의 A 씨, 당직의 B 씨의 의사면허를 당장 박탈해주시고 살인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게 해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그러한 의사를 우수의료진으로 내세워 수많은 산모와 뱃속의 아가들을 기망하는 병원에 대해 더 이상 우리 아들 같은 고귀한 생명을 앗아갈 수 없도록 영업정지처분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마무리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