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의 유리 외벽이 빛을 반사해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눈부심 피해를 야기했다면 시공사가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파트 빛 반사 문제가 소송전으로 이어져 결론까지 난 국내 첫 사례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부산 해운대 경남마리나아파트 일부 주민이 현대산업개발(현 HDC)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HDC가 주민소송단 중 34명에게 재산 가치 하락과 그로 인한 위자료로 1인당 132만∼687만원씩 총 2억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해운대아이파크는 현대산업개발이 2011년 완공한 최고 높이 72층짜리 아파트다. 건물 외장재로 ‘로이(low-E)’ 복층유리(두 장 이상의 판유리 사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시공한 유리)를 사용했다. 로이 복층유리는 일반 유리보다 빛 반사율이 훨씬 높다. 2013년 해운대아이파크에서 300m가량 떨어진 경남마리나아파트의 일부 주민은 불편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곳 주민 60명은 “해운대아이파크 유리 외벽에서 반사되는 빛 때문에 집안에서 눈을 뜨기 힘들고, 생활 방해와 조망·일조권 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인 경남마리나 주민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반사되는 햇빛으로 인한 생활 방해가 ‘참을 수 없는 수준’이 아니며, 일조권도 일정 시간 이상 확보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남마리나 주민소송단은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부경대 연구팀에 빛 반사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다. 그 결과 빛 반사는 연간 최대 187일 나타났고, 피해를 주장하는 세대 내부로 들어오는 빛의 휘도(사람의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가 최소 기준치의 2800배에 이른다는 점도 밝혀냈다.

2심은 이 같은 감정 결과와 현장 검증 등을 토대로 경남마리나 주민 측 손을 들어줬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