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존속 위해 옮겨야" vs "이전하면 원도심 공동화 심해져"
또 찬반 엇갈린 인천 제물포고 이전…10년전 상황 되풀이되나

인천의 대표 명문고등학교인 제물포고의 송도국제도시 이전 방안을 지역 교육당국이 10년 만에 다시 꺼내 들자 지역 내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학교 이전이 필수적이라는 주장과 원도심의 교육 불평등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10년 만에 다시' 제물포고 이전 추진 배경은
또 찬반 엇갈린 인천 제물포고 이전…10년전 상황 되풀이되나

20일 인천 교육계에 따르면 인천시교육청은 2026년까지 인천시 중구 전동 제물포고(남고) 부지에 교육복합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제물포고를 송도로 옮기는 대신 그 자리에 인천남부교육지원청, 진로교육원, 교육연수원 분원, 상상공유캠퍼스, 생태숲 등 다양한 교육 기관과 시민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000년대 초반과 2011년에도 있었던 제물포고 이전 논의는 진로교육원 신설 부지를 물색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시교육청 측은 설명했다.

당초 시교육청은 영종도 운서동에 진로교육원을 지으려 했으나 지난해 4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도심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추진 계획이 부결됐다.

이후 부평구 상정고 인근, 서구 수도권매립지 인근을 포함한 대체 부지 13곳을 10개월 동안 검토했으나 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와 교통 접근성 등을 고려해 제물포고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인천남부교육지원청의 이전 타당성 연구 용역에서 업무 공간이 비좁아 청사를 옮겨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제물포고 총동창회의 학교 이전 요구도 맞물렸다.

이승우 인천시교육청 교육협력관은 "진로교육원과 남부교육지원청을 한곳에 모으면 좋겠다는 고민 끝에 나온 대안이 제물포고 부지"라고 설명했다.

◇ 동문회 "줄어드는 학생 수에 학교 존속마저 우려"
또 찬반 엇갈린 인천 제물포고 이전…10년전 상황 되풀이되나

교육부는 최소한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적정 규모 학교' 기준을 세우고 있다.

시교육청은 교육부 기준을 준용한 자체 안을 마련했는데 고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450명∼1천260명, 18학급∼36학급, 학급당 학생 수 25명∼35명이다.

제물포고는 올해 전교생 426명(22학급)에 학급당 학생 수는 18.81명이다.

전교생과 학급당 학생 수가 적정 규모 학교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한때 2천명을 넘던 제물포고 학생 수는 2016년 594명으로 줄어든 뒤 2019년부터는 400명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6년간 빈 교실도 17∼19곳에 달한다.

올해 신입생 143명 가운데 가까운 중구와 동구에서 통학하는 학생은 84명(58.74%)이고 나머지(41.25%)는 남동구, 미추홀구, 연수구, 계양구 등 먼 지역에서 오는 학생이다.

선순위가 아닌 6∼21지망으로 제물포고에 배정된 학생은 올해 42명에 달해 전체 신입생의 30% 수준이다.

이 중 통학이 어렵다며 전학을 신청한 학생은 15명이다.

가까운 지역의 학생 수가 감소하다 보니 제물포고 지망도 줄고, 원치 않는 원거리 배정으로 학교를 다시 빠져나가는 인원이 많다는 의미다.

이는 인근 학교의 학생 수를 봐도 비슷하다.

인근 남자고등학교의 상황을 보면 광성고 532명(학급당 21.3명), 동산고 494명(학급당 20.6명), 선인고 456명(학급당 20.7명)으로 적정 규모 학교 기준을 겨우 맞췄거나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빈 교실은 학교 3곳을 합쳐 20곳이다.

황치일 제물포고 총동창회장은 "학령인구가 줄어듦으로 인한 제물포고 학생 수 감소가 이어진다면 전통 있는 교육의 산실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장학재단 재원을 확충하고 기숙사 건립까지 검토했으나 교육부 의견에 제동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천교육복합단지가 들어온다면 이 일대를 국내 교육·문화·관광 랜드마크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지역 시민단체·정계 "원도심 교육 불평등 심화"
또 찬반 엇갈린 인천 제물포고 이전…10년전 상황 되풀이되나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정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잇따른 원도심 학교 이전이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1998년에는 중구 인천여고와 동구 대건고가 연수구로, 2014∼2015년에는 동구 송림동 박문여중·여고가 송도로 이전했다.

동구의 유일한 여중이었던 박문여중이 신도시로 이전한 뒤로 중학교가 줄어 여학생들의 경우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했다.

현재 동구에는 동산중·재능중·화도진중 등 중학교 3곳이 있지만 남녀 공학인 화도진중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중학교다.

2024년 입주가 목표인 금송 지구와 송림 1·2지구 등 중·동구의 재개발 사업으로 추가 인구가 유입될 경우 학령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동구 측은 일부 여학생이 가까운 미추홀구의 선화여중이나 인화여중으로 진학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 초·중학교 통합 학교를 신설을 시교육청에 건의하기도 했다.

최길재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학령인구 감소로 각 학교의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데 이를 학교 이전으로 무마하려 한다"며 "동구의 경우 있던 학교들마저 송도로 옮겨간 뒤로 젊은 부모들이 덩달아 이사를 가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교육청이 원도심 교육 환경 개선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갑작스럽게 학교 이전을 추진했다는 반발도 있다.

국민의힘 배준영(인천 중구·강화·옹진) 의원은 "학교 이전은 해당 지역의 교육 공동화와 학령 자녀를 둔 가구 유출로 이어진다"며 "원도심 학생 수가 줄었다고 지역 명문 학교를 옮기는 건 원도심 활성화를 아예 포기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남궁형 인천시의원은 "관계 기관과 협력해 원도심 교육 환경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명문고를 이전하겠다는 것은 원도심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도성훈 시교육감이 주장한 '원도심 활성화 촉진'에도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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