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사재판에서는 ‘민사조정’ 사건이 늘고 있다. ‘조정’이란 정식 재판으로 넘어가기 전에 법관이나 조정위원회의 권유로 당사자끼리 서로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다. 일단 소송을 시작하면 재판 기간이 길어지고, 높은 법정금리로 인해 손해배상액이 크게 불어나는 등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조정사건 담당 판사는 “이자 부담으로 본안 소송까지 가지 않고 조정 단계에서 합의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당사자들에게 ‘판결로 가면 이자가 계속 붙는데 여기서 (조정으로) 원금만 놓고 서로 양보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법정금리가 생각보다 높아 소송 당사자들이 정식 재판의 판결까지 간 뒤에도 그동안 발생한 이자를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두고 또다시 소송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전국 지방법원에 접수된 민사조정 사건 수는 2017년 5만3144건, 2018년 5만6503건, 2019년 6만900건, 2020년 6만669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현행법상 ‘변제공탁’ 제도를 활용하면 법정이자 폭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변제공탁은 채무자가 돈이나 물품 등을 법원에 맡김으로써 이자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변제공탁 제도는 채권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변제를 받지 않거나,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에만 주로 활용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자 부담 때문에 1심에서 패소한 뒤 1심 소송금액을 먼저 공탁하고 다음 재판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상대가 공탁금을 가져갔는데 우리가 항소심(2심)에서 이기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가 어느 정도 형편이 좋고 믿을 만한 회사(개인)일 때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