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류첨가 음료에 건강부담금 부과' 법안 발의되자 '갑론을박'
'1ℓ콜라에 110원' 설탕세, 세금 아니지만 음료가격 견인해 소비자 부담
WHO 권고 후 도입 국가 이어져…해외업계, 대체음료 개발·공장이전 등 대응
[팩트체크] '설탕세' 도입 논란…세원확충용? Vs 국제추세?

설탕(당류)이 들어간 음료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 법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달 26일 당류가 들어간 음료를 제조하거나 수입·판매하는 업자 등에게 건강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담배에만 부과하는 건강부담금을 비만과 당뇨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당류 첨가 음료에도 부과해 판매감소와 대체음료 개발 등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사실상 세원 확충 목적 아니냐'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국민건강을 앞세우지만 코로나19로 부족해진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목적 아니냐"라거나 "소비가 줄어들기는커녕 당류가 들어간 음료 가격만 올릴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팩트체크] '설탕세' 도입 논란…세원확충용? Vs 국제추세?

◇ 건강부담금으로 부과되는 '설탕세', 세금은 아니지만 도입시 음료가격 인상 불가피
네티즌들의 지적처럼 설탕세 도입은 세원을 늘리려는 목적일까?
엄밀히 따지면 설탕세, 즉 건강부담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이나 주민에게 강제로 거두는 세금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세금은 국가나 지자체가 다양한 명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건강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설치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만 사용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리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건강생활 지원사업이나 국민영양관리사업, 공공보건의료 및 건강증진 시설·장비 확충 등 국민건강증진법 25조에 규정된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건강부담금이 부과되면 당류 첨가 음료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소비자 입장에서는 '준(準)조세'로 여겨질 수 있다.

건강부담금 부과시 음료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강병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당류 첨가 음료에는 당류 함량에 따라 100ℓ당 최소 1천원에서 최대 2만8천원까지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100㎖당 11g의 당류가 들어간 '1ℓ 코카콜라'의 경우 110원의 건강부담금이 부과돼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부과되는 설탕세는 세법상 세금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도입된다면) 소비세 등 세금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강병원 의원 '설탕세 도입' 법안 중 당 함량에 따라 부과되는 건강부담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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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함량(100㎖ 당 g) │ 부담금(1ℓ당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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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하 │ 1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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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과 3 이하 │ 2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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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초과 5 이하 │ 35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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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초과 7 이하 │ 55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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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초과 10 이하 │ 8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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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초과 13 이하 │ 11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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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초과 16 이하 │ 15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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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초과 20 이하 │ 2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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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초과 │ 28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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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탕세 도입 국가 증가 추세…2016년 WHO 권고 후 도입 국가 이어져
반면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설탕세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도입하는 등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더 이상 도입을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처럼 노르웨이 등 일부 유럽국가 등에서만 시행되던 설탕세는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유럽을 넘어 다른 대륙의 국가들로 전파된 상태다.

WHO는 2016년 보고서에서 "설탕의 과다 섭취가 비만, 당뇨병 등의 주요 원인이며 건강한 식품 및 음료의 소비를 목표로 세금과 보조금 등의 재정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를 기화로 노르웨이와 헝가리, 핀란드, 프랑스, 멕시코, 칠레 등 이미 설탕세를 도입해 시행 중인 나라들에 이어 태국과 미국 필라델피아시(이상 2017년), 영국, 아일랜드,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이상 2018년), 말레이시아(2019년), 이탈리아(2020년) 등에서 차례로 설탕세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캐나다와 대만 등도 설탕세 도입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도입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3분의 1 이상인 성인 비만율에 비춰 한국도 설탕세의 건강 증진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19년 1월 발간한 '2018 비만백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 36.6%가 비만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의료비와 생산성 저하비용 등 비만에 따른 사회적 손실도 2018년 한 해 동안 총 11조4천679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팩트체크] '설탕세' 도입 논란…세원확충용? Vs 국제추세?

◇도입국가 기업들 대응 엇갈려…대체음료 개발 박차 또는 제조시설 이전
그렇다면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들은 원하는 효과를 얻었을까?
해외 일부 음료 제조기업들은 당류 첨가 음료의 판매를 줄이고, 대신 인공감미료 등이 들어간 대체 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2018년 설탕세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자국 내 음료 제조기업들이 잇달아 무설탕 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영국의 대표적인 음료 제조기업인 에이지바(A.G.Barr)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사용해 자사 음료의 당류 함량을 100㎖ 기준 10.3g에서 4.7g으로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 등도 자체 브랜드 제품의 당류 함유량을 줄이고 있다.

2017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설탕세를 도입한 태국에서도 당류 첨가 음료 대신 인공감미료를 첨가한 대체 음료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태국 정부에 따르면 대표적 음료 제조기업인 팁코(Tipco)가 설탕세 도입후 곧바로 저설탕·저칼로리 주스를 출시했고, 또 다른 음료 제조기업인 말리(Malee)도 무설탕 100% 과일주스 제품의 생산을 확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음료 제조기업들이 설탕세가 도입되지 않은 국가로 제조시설을 옮기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유럽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설탕세가 도입되지 않은 이웃 국가로 넘어가 당류 첨가 음료를 구매하는 현상도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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