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곳 중 단 두 곳만 사업 진척
영암·해남, 조성률 27% 그쳐
비과세 혜택 없어 분양도 어려워

정부 정책의지가 성패 가르는데
문재인 정부 균형발전 계획서도 빠져
공사차량이 흙을 실어나르는 모습.  /강태우 기자

공사차량이 흙을 실어나르는 모습. /강태우 기자

17일 오전 충남 태안군 남면 태안기업도시 공사 현장. 2007년 착공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공사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부지조성 공사에만 1조20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천수만 간척지(B지구)에 들어선 1546만㎡의 광활한 땅엔 가끔 모래를 실어나르는 덤프트럭만 오갔다.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안내판이 붙은 도로는 잡풀만 무성했다.

태안은 13년째 '공사 중'…애물단지 된 기업도시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기업도시가 정부 주도의 세종시 개발과 혁신도시 정책에 묻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도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안으로 시작됐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기업의 지방 이전 및 투자 활성화가 목표였다. 정부는 이듬해 기업도시를 지역균형발전의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을 제정·공포하고 전국 여섯 곳에 기업도시를 지정했다. 하지만 소관부처에 따라 사업 속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토교통부가 맡은 지식기반형의 충북 충주기업도시와 강원 원주기업도시 두 곳의 분양률은 각각 98%와 95%를 넘겼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 관광레저형 태안기업도시의 분양률은 37%, 전남 영암·해남기업도시는 올 하반기에나 분양에 들어간다. 같은 방식인 전북 무주와 전남 무안 등 두 곳의 기업도시는 사업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각각 2011년과 2013년 사업을 아예 포기했다. 관광레저형의 경우 기업 유치가 목적인 충주·원주와 달리 골프장, 리조트, 테마파크 등 레저시설 부지가 많아 경기 상황에 따라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시행사 측 설명이다.
태안기업도시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판. /강태우 기자

태안기업도시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판. /강태우 기자

태안기업도시 규모의 두 배가 넘는 영암·해남기업도시도 사업 진척이 더디다. 기업도시 중 개발 면적(3390만㎡)과 투자비용(2조4319억원)이 가장 많다. 5만6000명이 자급자족하는 신도시 건설이 목표지만 토지 매수 등에 시간이 걸려 양수·양도에만 13년을 보냈다. 2006년부터 사업을 시작했지만 도시 조성률은 현재 27%에 머물러 있다. 태양광발전소와 골프장 등 일부 시설만 들어섰고 진입도로 공사는 올 하반기에나 마무리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투자환경 변화로 호텔·레저시설 등의 투자 유치도 힘겨운 상황이다. 기업도시 1가구 2주택 중과세 정책도 발목을 잡았다. 영암·해남이 도시에 포함돼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이 없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올 하반기 500가구를 분양하는데 주택 분양이 어려워지면 사업이 더 늦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도시 조성이 힘을 받지 못한 이유로 중앙정부의 정책적 무관심을 꼽았다. 기업도시는 정부가 주도해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혁신도시, 세종시와 달리 민간이 사업을 주도한다.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민간이 부담하다 보니 경제 상황과 입지여건에 따라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와 제4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2018~2022년)에 혁신도시와 세종시는 반영된 반면 기업도시는 빠졌다. 송우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도시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가 필요하다”며 “여기에 업종에 적합한 기업유치 전략과 입지·교통 여건 개선, 교육기관 유치,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지원, 시행사의 수익성 확보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안=강태우/영암·해남=임동률 기자 ktw@han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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