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4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입건·기소 여부 결정해달라"
박범계 "대검 부장회의서 '한명숙 사건' 심의" 지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7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은 이날 대검찰청이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있었다며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관련자들의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지휘했다고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 장관은 대검찰청의 모든 부장이 참여하는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허위증언을 했다고 지목된 재소자 김모씨의 혐의 여부와 기소 가능성을 심의하라고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했다.

또 대검 부장회의에서 한동수 감찰부장과 허정수 감찰3과장,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에게서 사안 설명을 듣고 의견을 청취하며 충분히 토론하라고 지시했다.

박 장관은 이 같은 회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22일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김씨에 대한 입건과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다.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가 급랭하면서 또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작년 4월 한 재소자의 폭로에서 불거졌다.

그는 당시 수사팀이 금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구치소 동료 재소자들을 사주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는 진정을 법무부에 냈다.

진정 사건을 넘겨받은 대검은 "한 전 총리의 재판과 관련해 증인 2명과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사건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검 감찰부에 소속돼 사건을 검토해온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을 이 사건에서 배제한 뒤 미리 정해진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반발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역대 네 번째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며 임기 중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라임자산운용의 로비 의혹과 윤 전 총장 가족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에서 빠지라는 수사지휘권을 추가로 발동했다.

추 전 장관 이전엔 2005년 당시 천정배 장관이 '6·25는 통일전쟁'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하고 사직했다.

/연합뉴스